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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볼까 말까… 강경화 외교장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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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볼까 말까… 강경화 외교장관의 고민

입력
2017.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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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소신 따른다면 볼 만

영화 관람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

다만 재협상 가능성 불투명한 데다

막 첫발 뗀 한일관계도 고려할 필요

외교부 “정치ㆍ외교 의미 살펴 신중히”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 ‘군함도’를 관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강 장관이 줄곧 분명히 밝혀온 터라,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이 영화를 한 번 볼 만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외교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통령이나 주요 부처 장관들도 종종 영화 관람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2015년 호국의 달인 6월 제2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관람 뒤 한 전 장관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은 반드시 기억되고 존중 받아야 한다”며 군인의 역할과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4월 북한의 거짓 체제 선전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를 관람했다. 홍 전 장관은 “자유의 중요성을 느꼈다. 영화 속 평양의 모습은 어둡고 쓸쓸하고 삭막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관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5년 1월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을 다루며 박정희 대통령 세대들의 애환을 그려낸 영화였다. 박 전 대통령은 영화 관람 중 눈물까지 흘리며 동시대를 산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민당 총재였던 1991년 개봉한 영화 ‘부활의 노래’를 관람한 뒤 영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밥을 사고 금일봉까지 주며 격려했다. 부활의 노래는 광주 민주화 운동(5ㆍ18 민주항쟁)을 소재로 만든 영화였다. 당시만 해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매우 드물었다. 호남 민심을 짊어진 김 전 대통령이 이 영화를 각별히 챙겨야 할 이유는 분명했다.

강경화 장관의 군함도 관람 검토 역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강 장관 개인의 소명의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려는 의도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위안부 합의 재협상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뭔가 해낼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한일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양국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동을 걸어 놓은 상태다. 과거사 문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겠지만, 이제 막 첫발을 뗀 정권의 초대 외교부 장관이 한일 관계 악화를 부추길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 개인으로서의 영화 관람과 외교부 장관으로서의 관람은 의미가 다르다”며 “국내 정치적 의미와 외교적 의미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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