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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의지해 병상 지켰던 JP "너무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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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의지해 병상 지켰던 JP "너무 허망하다"

입력
2015.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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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협착증·요도암으로 투병 끝, 결혼 64주년이 마지막 기념일로

고인, 가족 납골당에 안장 예정 JP "아내와 함께… 국립묘지 안 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부인 고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헌화를 마친 뒤 흐느끼자 딸 예리씨가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부인 고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헌화를 마친 뒤 흐느끼자 딸 예리씨가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필(89) 전 국무총리의 애잔한 사부곡(思婦曲) 울림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는 21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박 여사가 임종에 들기 전 김 전 총리는 64년 전 결혼식 때 선물한 금반지를 목걸이로 만들어 고인의 목에 걸어줬다. 이후 모든 의료진을 물리고 마지막 입맞춤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결혼 당시 김 전 총리가 프러포즈로 건넸던 ‘한번, 단 한번, 단 한 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는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구절을 그대로 지킨 것이라고 주변인사들은 전했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박 여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촌지간이다. 숙명여대 졸업 후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51년 박 전 대통령의 소개로 김 전 총리를 만나 결혼했다. 지난 15일은 두 사람의 64번째이자 마지막 결혼기념일이 됐다.

박 여사는 김 전 총리의 굴곡진 50여년 정치인생에서 ‘그림자 내조’로 묵묵히 역할을 다했다. 박 여사는 생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부인 이본느 여사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할 작정”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대외적인 언행은 자제해왔다. 김 전 총리 재임 당시 외국대사 등을 공관에 초청하거나 해외에 나가 ‘부인외교’를 펼치는 정도였다.

박 여사는 김 전 총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김 전 총리 부부와 가깝게 지내온 정진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필요하다 싶을 때면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이나 민심을 또박또박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었다”며 “김 전 총리도 사모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경청하고 내치신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김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박 여사를 간병하고 있는 모습. 정진석 전 의원 제공
김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박 여사를 간병하고 있는 모습. 정진석 전 의원 제공

김 전 총리와 박 여사는 소문난 잉꼬 부부였다. 김 전 총리는 박 여사가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지난해 병원에 입원한 뒤 하루도 빠짐 없이 병실을 찾아 간호했다. 김 전 총리 본인도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 팔과 다리가 불편했지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밤늦게까지 아내 곁을 지켰다. 김 전 총리는 지인들에게 틈만 나면 “아내 사랑이 곧 자기사랑”이라며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 전 총리는 박 여사가 떠난 뒤 식사도 거르며 슬픔에 잠겨 있다. 정 전 의원은 “내가 먼저 갔어야 하는데 너무 허망하다는 말씀만 하신다”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계셔서 가족들의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박 여사는 화장 후 김 전 총리가 최근 고향 충남 부여에 마련한 가족 납골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조문객들을 만난 자리에서 “난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직접 지었다는 묘비명은 “내조의 덕을 베풀어준 영세반려(永世伴侶)와 함께 이 곳에 누웠노라”로 끝을 맺는다.

유족으로는 김 전 총리와 김진 운정장학회 이사장, 김예리 Dyna 회장 등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5일.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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