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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이상적 고용모델은?

입력
2014.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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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고용으로 일자리 만드는 '베어베터'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성수동 업체 작업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구운 쿠키가 담긴 상자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성수동 업체 작업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구운 쿠키가 담긴 상자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8일 오전 서울 성수동의 한 사무실. 이 곳에서 명함을 만들고, 책의 제본을 하고, 쿠키와 빵을 굽는 사람들은 모두 발달장애인들이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행동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장애인들이 집중해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인쇄기에서 명함을 뽑아내고 있는 직원 이준표(26ㆍ자폐성장애3급)씨는 거래처별로 쓰는 명함 종이의 종류와 포맷을 줄줄이 외운다. 쿠키를 만드는 이성균(25ㆍ지적장애3급)씨도 쿠키 종류에 따라 오븐의 온도를 꼼꼼히 설정하고 있었다. 비장애인 직원들이 섞여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장애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발달장애인 고용기업인 ‘베어베터(BEAR.BETTER.)’의 사무실 풍경이다. 장애인 직원 78명이 근무하는 이 곳은 발달장애인의 이상적 고용모델로 꼽히는 곳이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행동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을 곰에 비유, ‘곰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Bear makes the world better)는 기업 이념을 갖고 있다.

베어베터는 포털 네이버 인사팀 임원으로 일하던 이진희 대표가 2010년 회사를 그만두고, 상사였던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와 함께 2012년 5월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네이버 퇴직 후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일했던 이 대표는 “자폐성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라 어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지 검토하다 보니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고 취약한 문제였다”고 회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의 둘째 아들은 자폐성장애인이다.

베어베터는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활용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 베어베터와 같은 장애인 고용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에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내야 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 받으면 베어베터가 생산한 물건을 2만원에 납품받아도, 결과적으로 1만원 정도에 구입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사업 모델은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기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15.9%, 0.7%에 불과했다.

인쇄사업팀 유성수(28ㆍ자폐성장애3급)씨는 “이전에는 빌라 청소, 전단지 아르바이트 등을 해봤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게 훨씬 좋다”며 “생활비와 비상금 외에 30만원 적금을 넣으면서도 어머니 생활비로 20만원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 대표는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은 기능교육보다는 출퇴근 등 최소한의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며 “발달장애 아이들을 집에서 ‘왕자’로 키우지 말고, 숟가락 놓기, 설거지 같은 작은 일부터 교육하면 직장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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