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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참여 배제ㆍ운용사 의결권ㆍ수탁위 책임… 공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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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참여 배제ㆍ운용사 의결권ㆍ수탁위 책임… 공방 예상

입력
2018.07.16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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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권 행사 단계적 확대 

 경영참여 아닌 주주권부터 행사 

 “주주 제안 등 직접 견제가 빠져” 

 #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 

 대부분 운용사가 전문인력 부족 

 “공단 기금본부도 의결권 고려를” 

 # 수탁위 법적인 조치는 없어 

 “독립성 등 기능은 확대하되 

 견제ㆍ통제 장치 분명히 만들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말 진행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강화 지침)’ 도입안 심의ㆍ의결을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와 재계, 시민사회의 논쟁이 거세다. 보건복지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 초안을 토대로 17일 오후 공청회를 열어 막바지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지만, 초안이 애초 예상보다 재계 반발을 상당히 감안한 수준으로 꾸려진 데다 국내 금융투자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사안도 적지 않아 찬ㆍ반 양측의 공방이 뜨겁다. 이대로 도입이 된다면, 시행 과정에서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쟁점1. 주주권행사 범위, 점진ㆍ단계적 확대한다는데 

15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복지부의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는 현재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확대ㆍ개편해 14명 안팎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새로 설치, 주주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복지부는 수탁위의 주주권행사 범위와 관련해 “경영계 등에서 기업 경영간섭 우려를 제기한 만큼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행사하고,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는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복지부가 이런 원칙에 따라 마련한 ‘주주권행사 로드맵(올해 하반기~2020년)’은 주주권행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올해 하반기 즉시 도입 가능한 주주활동은 ▦배당 관련 주주활동 범위 확장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주주대표소송 정도다. 내년에는 ▦중점관리사안 추가 선정ㆍ확대 ▦기업과 비공개 대화 확대 ▦이사회 구성ㆍ운영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2020년에는 ▦미개선 기업 대상 의결권 행사 연계 ▦공개중점관리기업 선정 및 공개서한 발송 등을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로 분류되는 주주제안, 경영참여형 펀드 위탁운영 등은 담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강한 수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촉구해온 쪽에서는 “애초 취지를 망각한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의 문제는 주로 왜곡된 지배구조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주주권행사 범위에 의결권 위임장 대결, 주주제안 등을 넣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반 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사실상 언제 논의가 시작될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단계별 이행방안.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단계별 이행방안. 신동준 기자

 쟁점2.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 시장 여건 상 가능할까 

복지부 초안은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인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해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간섭, 지나친 영향력 확대를 방지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하지만 복지부 안을 논의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 일부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의결권 행사를 무턱대고 위임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조치라는 것이다. 한 전문위원은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고는 한국 자산운용사들 대부분 기반이 매우 열악한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중소운용사들이 이용하는 의결권 자문사도 대부분 전문인력이 2,3명에 불과한 탓에 결정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다수 전문위원들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행사 인프라 구축 여부ㆍ평가 결과에 따라 위임하는 방안 ▦이해상충이 있는 경우 공단 기금본부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탁운용사 선정ㆍ평가 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ㆍ이행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안에 대해서도 찬ㆍ반 의견이 명확히 갈린다. 반대 측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ㆍ실행에 따른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만큼 소수 대형 자산운용사나 외국계 헤지편드와 연관된 기관투자자에게만 점수가 몰릴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위원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이를 악용해 한국 기업을 공격하고 이윤만 갖고 떠나는 등의 문제도 발생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쟁점3. 수탁위, 제대로 기능할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기본 전제는 정치ㆍ경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강화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부 입맛대로’ 의결권 행사 시비에 늘 휘말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는 수탁위는 주주권행사ㆍ책임투자 분과로 구분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9명 이내로 꾸려지는 주주권행사 분과는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기업과 대화를 실시하는 역할을, 5명 내외의 책임투자 분과는 투자대상 결정 시 환경ㆍ사회에 대한 영향과 지배구조 등 비재무 요소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막중한 임무를 맡는 수탁위의 고의ㆍ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나 견제ㆍ통제 와 관련한 법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논란거리다. 앞서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4월 복지부와 국민연금에 제출한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는 “수탁위 주주활동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국가재정법 제84조가 정하는 기금자산운용담당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수탁자위 위원에게까지 확대ㆍ적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금의 중ㆍ장기 이익에 반하는 외부청탁에 취약해질 수 있고, 단기 수익 향상이나 비용 절감에 관점이 치우칠 공산도 있어 법적 틀 안에서 통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복지부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정도만 마련하고 법적 조치는 담지 않았다. ‘지나친 제재는 수탁위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인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수탁위 기능을 확대하는 동시에 법적 책임 조항을 분명히 만들어야 취지에 맞는 정책 운영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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