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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들, 4차 산업혁명 고민 너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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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들, 4차 산업혁명 고민 너무 부족”

입력
2017.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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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한국사무소 최원식 대표 인터뷰

/그림 1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은 피상적인 구호나 어젠다로는 부족하다”며 “큰 그림을 그려놓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몰려 오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를 젓지 않으면 떠내려가는 상황인데,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비 상황도 낙제를 겨우 면하는 수준입니다.”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돌파구로, 심지어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질 정도다. 때문에 각 후보들은 관련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컨설팅기업인 맥킨지 한국사무소의 최원식(49)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생각과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피상적인 구호나 어젠더만을 외칠 뿐 실질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1일 서울 중구 맥킨지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최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것을 가로 세로로 조각을 밀어 옮겨 그림을 맞추는 ‘슬라이딩 퍼즐’에 비유했다. 생산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동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효율을 높여 새로운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 바뀐 직무에 대한 재교육 문제, 소득과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퍼즐의 최종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앞뒤 연관관계를 고려해 차근차근 조각을 맞추듯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선후 관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드론을 띄우자’, ‘규제를 풀자’, ‘일자리를 만들자’, ‘빅데이터 인력을 왕창 뽑자’, ‘교육을 시키자’는 방식으론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로 헬스케어 산업을 거론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오랜 기간 건강 데이터를 축적한 곳이 없다”며 “그걸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지만, 관련 기관과 기업, 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총체적인 해법을 그린 뒤 규제 완화 등을 수단으로 써야 하는데, 규제만 풀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은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침체된 경제 상황을 풀 수 있는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경청’을 꼽았다.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을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 비전에 대한 가치와 신뢰로 무장한 민간 출신 인사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정부와 기업이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박 겉핧기 식으로 모든 산업 정책을 아우르기 보단 한 두 분야라도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최 대표는 “이전 정부들도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을 했지만 한 두 시간 만나서는 부족하다. 적어도 몇 가지 분야는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공론화시키고, 해법을 만들면 신뢰가 생겨 기업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뿐만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그룹 오너들의 경우 AI나 IoT 이야기를 하면, 정보통신 계열사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사업 가치를 끌어내려면 모든 계열사가 함께 달려들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정부 역시 특정 부처에 일을 떠넘길 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범부처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2%대 성장에 머물던 우리 경제가 6~7%대 성장으로 점프하진 않겠지만, 이를 외면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사회 전체가 변화에 동참하고, 공부해야 한다고”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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