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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인 가동연한

입력
2016.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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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택시 기사가 늘고 있다. 국감 자료를 보면 전국 택시 기사 중 65세 이상 비율은 19.5%, 60세 이상은 42%다. 서울은 4명 중 1명이 노인(65세 이상)이다. 택시 기사가 사고로 숨지면 몇 살을 정년으로 인정받을까? 대법원 판례는 60세로 봤으나, 하급심은 택시 기사 평균연령이 60세를 넘는 현실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은 만취 승객에게 폭행 당해 66세에 숨진 택시 기사의 가동연한(稼動年限)을 68세로 판단했고, 서울고법은 69세에 사고로 숨진 택시 기사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72세까지로 봤다.

▦ 가동연한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소득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나이. 각종 사고로 숨지거나 영구 장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척도다. 통상 해당 직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본다. 정년이 없으면 동종업계 종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동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판례에 따른다. 골프장 캐디 35세, 프로야구선수 40세, 술집마담 50세, 미용사 55세, 보험모집인 TV연기자 식품소매업자 60세, 소설가 화가 의사 65세, 변호사 목사 70세 등이다. 농민은 60~65세로 다양하다.

▦ 평균수명과 노인 취업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유직종의 가동연한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법정 노인 기준 65세를 70세로 올리자는 의견도 강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때문에 65세를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노인’의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65세는 1871년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노령연금을 주기 위해 설정한 나이. 당시 평균수명은 50세를 넘지 않았다. 평균수명이 두 배가량 늘었는 데도 노인 기준이 바뀌지 않은 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 기업 정년은 60세라도 50대 초ㆍ중반에 밀려나는 경우가 흔하다. 적은 연금이나마 받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노후가 불안하니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 멕시코(72.2세)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런데도 노인 절반이 빈곤층이다. 노인 연령 기준이 올라가면 연금 수령 시기도 늦춰진다. 소득공백 기간이 길어진 만큼 노인 가동연한도 늘어날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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