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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은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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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은 ‘길’을 찾는다

입력
2017.06.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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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올해 중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올해 중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제공

“위기는 곧 기회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남긴 이 명언은 기업활동에도 적용된다. 세계의 수많은 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후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국내에서도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한화 등이 숱한 위기 끝에 글로벌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증가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세가 커지는 보호무역주의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환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과의 갈등, 유럽의 테러 확산 등 대외적 환경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국내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기술력 확보와 기업체질개선,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늘리기 등 힘겨운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며,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기업들이 과감히 한국 경제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투자로 승부수 던진 기업들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화도시 첨단산업단지에 세워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평택캠퍼스)가 최근 시범생산에 돌입했다. 평택캠퍼스는 부지면적이 축구장 400개에 해당하는 289만㎡(87만5,000평)로, 단일 반도체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중 가동을 시작한 가칭 ‘평택 18라인’(삼성전자의 18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이란 의미)만 79만㎡다. 삼성전자는 2015년 5월 착공 뒤 현재까지 평택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평택캠퍼스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돼 모바일 기기 등에 들어가는 64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35.4%로 독보적 1위다. 평택캠퍼스가 양산을 본격화하면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해외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1993년 이후 24년간 왕좌를 지킨 미국의 인텔을 꺾고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한다. D램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최초로 개발한 인텔을 누른다면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세계 D램 2위인 SK하이닉스도 국내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해 시설투자 예산만 7조원에 이른다. 최근 개발한 7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이천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고, 충북 청주공장에 2년간 2조2,000억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시설을 확대한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주가가 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충남 아산공장에 약 10조원,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공장 등에 5조5,0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계획 중이다.

LG 자회사 MMA는 1,290억원을 투입해 전남 여수공장, 롯데케미칼은 3,700억원을 들여 울산과 여수공장을 각각 증설한다. 포스코는 2,550억원을 투자해 지난 4월 광양제철소에 차세대 자동차용 강판 ‘기가스틸’ 공장을 준공했다.

기업들의 과감한 국내 투자는 협력업체들의 투자로 연결돼 고용유발 측면에서 막대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경우 ‘18라인’ 하나만으로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는 물론 약 15만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캠퍼스에는 이런 라인을 두 개 더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해외 투자 대신 최근 충북 진천공장 증설에 나선 한화큐셀 측은 “국내 인건비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 국내 투자를 결정했다”며 “진천공장에만 1,000명 가까이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직간접 생산 고용 유발 효과는 그것에 몇 배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 새 길을 찾는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은 기업들의 ‘무한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의 조직문화와 고립된 산업구조 속에서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은 위기감 속에서 변화와 혁신의 열쇠를 연구개발(R&D)에서 찾고 있다.

LG의 본산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 점등으로 표현된 전략 스마트폰 G6. LG전자 제공
LG의 본산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 점등으로 표현된 전략 스마트폰 G6. LG전자 제공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중시해온 LG는 올해 혁신을 향해 거침없이 달린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지난달 임원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방식에 따라 우리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새롭게 도약할 수도 있다”며 “부족한 부분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과 실행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 한상범 부회장은 ‘전사 혁신목표 필달 결의대회’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끝장을 보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서울 강서구의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개발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변화를 상징한다. LG전자와 LG화학 등 9개 계열사의 R&D 인력 약 2만2,000명은 이곳에서 미래를 위한 R&D에만 집중한다.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도 기술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오는 2021년까지 3조5,000억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팀을 사업부로 격상시켰고,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100%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해 파운드리 사업을 아예 넘겼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착용형(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차 등에 필수적인 시스템 반도체는 거의 다 파운드리로 생산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밖에 정유사업 강자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화학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사업이 잘되는 순간에도 항상 위기가 옆에 있었다”며 “위기를 돌파하면서 자신의 뿌리가 내린 곳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기업이 숙명이자 존재 가치”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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