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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등록 : 2018.02.13 14:21
수정 : 2018.02.13 14:22

[우리말 톺아보기] 외국어 표기와 새 문자

등록 : 2018.02.13 14:21
수정 : 2018.02.13 14:22

외국어가 우리 언어에 많이 들어오면서, 외국어 표기와 관련한 제안들도 많다. 그 중 빈번히 제기되는 것은 외국어 표기를 원어에 가깝게 하기 위해 현용 한글 자모에는 없는 문자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l] 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쌍리을 ‘ㄹㄹ’을 만들거나 [z] 소리를 표기하기 위해 옛 글자 ‘△’을 살려 쓰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의 밑바탕에는 한글은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우수한 문자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한글이 우수한 문자인 것은 사실이나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음성기호를 보면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이 70개도 넘는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리더를 ‘ㄹㄹㅣ더’로 쓰든 ‘리더’로 쓰든 차이가 없다. ‘리더’라고 쓰고 우리나라 사람끼리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어를 표기하는 것은 일종의 약속이고, 이 약속을 규정으로 만든 것이 외래어 표기법이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의 발음을 따라 표기하되 현용 한글 24 자모만을 사용하게 했고, 관용적으로 쓰던 표기도 인정하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할수록 새 문자를 만들자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 문자는 오히려 아름다운 우리의 말과 글을 왜곡할 수 있다. 일단 새 문자가 만들어지면, 그 문자는 외국어 표기에만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새 문자를 이용한 우리말답지 않은 많은 단어가 생겨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글과 한국어 체계 전체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글은, 다른 언어가 아닌,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진 훌륭한 문자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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