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서희 기자

등록 : 2017.12.08 04:40

이용자 폭증에 툭하면 서버 다운 가상화폐 거래소 안정성 ‘빨간불’

등록 : 2017.12.08 04:40

시세 출렁일 때마다 접속사 몰려

6일 거래소 앱 ‘업비트’ 멈춰

관련 앱 주간 이용자 3주새 3배↑

매일 兆 단위 거금 거래소 오가

규제 없어 대규모 피해 우려 커져

지난주 투자 차원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직장인 이모(28)씨는 6일 퇴근길에 가상화폐 거래 응용 소프트웨어(앱) ‘업비트’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오전 9시만 해도 1,300원대였던 A의 개당 거래 가격이 40% 넘게 뛰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태였지만 “계속 오를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구입하라”는 지인들의 추천을 받고 개당 2,070원에 총 760만원어치를 산 이씨는 그로부터 2시간 뒤, 총금액이 980만원으로 약 30%나 증가해 있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씨가 A를 팔아 원화로 바꾸려는 순간 앱이 먹통이 됐다. 매도, 매수는 물론 실시간 시세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날 저녁 7시 40분부터 접속이 막힌 원화 거래는 7일 새벽 1시 30분쯤에야 정상화했고, 이씨는 새벽 2시쯤 A를 전부 매도해 약 200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밤잠을 설쳤던 이씨는 “원화 거래가 불가능했던 6시간 동안 수익률이 10%대까지 떨어져 마음을 졸였다”며 “다행히 접속이 재개되면서 다시 올랐지만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에 따르면 이번 접속 장애는 일부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를 거래하려는 이용자들의 접속이 폭주해 발생한 현상이다. 6일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가상화폐 A의 경우 전날 대비 최고 100%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하루 새 2배나 뛴 셈이다.

문제는 이용자 급증으로 거래소 접속이 지연되고 아예 먹통이 되는 일이 최근 빈번하다는 점이다. 최근 열흘 내 업비트가 접속 지연 등 서비스 장애를 이유로 이용자에게 사과문을 띄운 것만 7차례나 된다. 지난달 12일에는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래량이 몰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버가 2시간가량 마비됐다. 이어 21일에는 업비트와 또 다른 거래소 코인원에서 동시에 접속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들 사이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앱의 주간 이용자 수는 11월 6~12일만해도 17만명이었지만 11월 27일~12월 3일 48만명으로 3주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모바일 앱 이용자만 집계한 것으로, PC로 접속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실사용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투자자가 빠르게 늘다 보니 서버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24시간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데도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업체들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용자 사이에서는 거래소들이 접속량 폭주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는 불만이 거세다. 특히 빗썸 서버 다운으로 가상화폐를 제때 매도하지 못해 최대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업체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거래소들의 대처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모(43)씨는 “거래소들이 거래 대금의 약 0.05%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가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실 시세 급등에 의한 접속 폭주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건 거래소들이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누구나 신고만 하면 만들 수 있고, 설립 요건 자체가 없어서 서버 규모가 작고 보안 수준이 낮다 하더라도 정부가 제재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해 기본적인 보안 수준을 지키고 있는지 수시 점검하고 조언해주고는 있지만, 수준 미달이더라도 강제할 근거가 없어 이용자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거래소가 무분별하게 늘고 있다”며 “일정 기준 이상의 서버 용량, 보안,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등을 갖춰야 설립ㆍ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6일 오후 접속이 끊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앱 화면(왼쪽 사진). 매도, 매수는 물론 현재 시세와 거래 상황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업비트 측은 공지사항을 통해 접속량, 주문량이 폭증해 긴급 점검을 시행 중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업비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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