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슈 & 인물]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대구대는 ‘공영형 사립대’의 최고 모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슈 & 인물]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 “대구대는 ‘공영형 사립대’의 최고 모델”

입력
2019.04.24 17:30
수정
2019.04.24 18:35
0 0

짧게는 5년,길게는 25년 걸린 대구대 정상화의 길 “구 재단 복귀 막아낸 유일한 대학”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대구대 영광학원이 길고 긴 갈등과 분규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마침내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짧게는 5년이지만 길게는 25년 전인 1994년 학내분규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후 어수선했던 캠퍼스가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달 말 선임한 박윤흔 전 대구대 총장과 장익현 변호사, 송해익 변호사, 정대영 창원대 교수, 김효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길화 대구대 총동창회장, 김준호 회계사 등 영광학원 이사 7명을 정이사로 24일 승인했다. 영광학원의 정상화를 고대했던 대구대 가족과 지역사회의 기쁨은 말할 나위 없지만 사회학과 교수로 돌아온 홍덕률(62) 전 대구대총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1988년 대구대 교수가 된 후 1993년 9월부터 1994년 8월까지 1년간 해직되기도 한 그는 2009년 11월~2013년 10월, 2014년 7월~지난해 3월 총장 직을 수행하면서 구 재단의 대척점에서 대학 정상화를 이끈 주역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그는 “임시이사가 장기간 파견된 대학이 전국에 많지만 구 재단의 복귀를 제대로 막아낸 대학은 대구대가 유일하다”는 말로 감회를 대신했다.

대담=전준호 대구한국일보 편집국장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_대구대 영광학원 정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어떤 인물로 구성됐는가.

“설립자 장손을 포함한 종전이사가 추천한 인사 2명, 법인 산하 대구대와 6개 특수학교를 포함해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인사 2명, 교육부에서 추천한 1명과 개방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영광학원의 역사와 현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_지난해 6월 사분위가 대구대 정상화 추진을 결정한 후 10개월이 넘었다. 종전이사들의 이사 추천 과정이 특히 순탄치 않았다. 일부 종전이사들은 끝내 후보를 추천하지 않다 배제됐다.

“아쉬운 대목이다. 영광학원 종전이사는 4명이다. 2011년 11월 정이사로 부임했으나 분쟁 끝에 2014년 3월 해임된 이사들이다. 2명은 설립자 장손과 이상희 전 대구시장이고, 다른 2명은 1994년 임시이사가 파견되기 전 구재단이 추천했던 이사다. 사분위는 대학정상화를 위해 이들 종전이사협의체에도 정이사를 추천토록 요구했으나 구 재단 측에서 거부했다. 교육부와 사분위는 구 재단 측이 정이사 후보 추천의사가 없는 것을 최종 확인하고 지난달 말 추천 인사 중 정이사를 확정했다. 이를 계기로 분규대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고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_영광학원은 앞으로 어떤 절차를 남겨 놓고 있나.

“25일 첫 이사회가 소집되면 이사장을 호선으로 선출하고 산하 학교들의 현황을 파악한다. 새 이사진이 영광학원 안정과 산하 학교 발전을 이끌기 위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분쟁을 수습하고 상처받은 산하 학교 구성원들을 잘 다독여야 한다. 그동안 대구대는 법인이 감당해야 하는 재정을 교수 직원의 성금으로 거둬 해결하기도 한 만큼 재정 정상화도 추진해야 한다. 임시이사 체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적극적 의사결정과 투자가 시급하다. 개인적으로는 대구대가 ‘공영형 사립대학’의 최고 모델로 적합하다고 본다.”

_2014년 임시이사를 파견한지 5년 만에 정상화됐다. 대구대는 1994년에 임시이사 체제에 들어가는 등 갈등의 뿌리가 깊다.

“설립자의 장손인 이근용 대구대 부총장이 정상화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 반면 그의 누나인 이예숙 전 대구미래대 총장 측은 참여를 거부했다. 설립자 유족 간 다툼과 갈등은 영광학원 분규의 큰 축이다. 설립자 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동안 많은 학생과 교수, 교사, 직원들이 고통을 받았다. 설립자 유족들이 대학과 법인을 개인 재산으로 보는 생각과 욕심을 내려놓고 학교를 뒷받침해야 한다.”

_평교수일 때나 총장일 때나 대학정상화의 최선봉에서 활동했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대학 정상화 과정에서 변호사 수임료를 교비로 지출한 것이 문제가 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재판과정과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젊은 교수가 일찍 세상을 떠났을 때 힘들고 가슴 아팠다.고통과 시련의 세월이었지만 기쁜 기억도 있다. 문제가 됐던 변호사 수임료를 교수 직원들이 성금으로 변제하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준 일은 평생 잊지 못한다.또 총장 선거에 당선되고도 9개월 동안 취임하지 못하다 임시이사가 온 뒤 총장에 임명되었을 때 총학생회가 총장 취임식을 열어줬다. 다음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총장 취임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감동했다.”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홍덕률 전 대구대총장이 대학 정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김재현기자

_지난해 대구교육감 선거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선거는 어땠는가.

“큰 경험이었다. 대구대 총장 시절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교육현장만큼은 정치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부 정치 논리로부터 교육현장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느꼈다. 특정 정파가 아니라 학생에 충성하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이 컸다. 누가 교육감을 하더라도 교육현장이 정치에 오염되거나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_지금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뭔가.

“사회학과 교수로 돌아와 8월까지 연구년을 보내면서 주로 책을 읽고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특강도 하고 칼럼도 쓰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사회학자, 지식인으로서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 9월 학기부터는 캠퍼스와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

정리=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