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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무성의 공연'

입력
2017.06.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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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첫 내한 콘서트를 연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공연을 립싱크로 채워 한국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iMe KOREA 제공
데뷔 이래 첫 내한 콘서트를 연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공연을 립싱크로 채워 한국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iMe KOREA 제공

데뷔 후 18년 만에 처음이라 눈길을 모았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내한 공연은 생각보다 초라했습니다. 2만5,000명 수용이 가능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은 1만2,000여 석 밖에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iMe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 진출하며 처음 주도한 행사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2030세대의 추억을 일깨우고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져야 할 스피어스의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신뢰를 저버린 채 아쉽게 마무리됐습니다.

홍보 단계부터 위태로웠습니다. 홍보 대행을 맡은 iMe KOREA는 스피어스 측과 협의가 잘 안 돼 공연이 시작되기 불과 한 달 전에야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외부 일정도, 인터뷰도 추진하지 못한 채 티켓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관객 수가 적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내한하기 5개월 전부터 홍보를 시작하고, 증강현실(AR) 프로모션 애플리케이션 이벤트로 티켓 100장을 선물하며 체계적인 홍보 활동을 벌인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슈퍼콘서트와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공연 당일에는 더 큰 혼선이 생겼습니다. 공연하기 며칠 전 급하게 잡힌 ‘스피어스와 사진촬영 이벤트’가 이날 돌연 취소됐습니다. 스피어스 측이 “리허설이 늦어져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해왔던 겁니다. 스피어스와 사진 찍기를 기대했던 당첨자 10명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iMe KOREA의 한 관계자는 “당첨되신 분들이 공연장을 오는 길에 취소 문자를 받게 돼 더 죄송하다”며 “피해보신 분들에게 사인 포스터를 선물하는 등 최대한 해드릴 수 있는 건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연장의 빈 좌석 수를 채우느라 주최 측은 이날 급하게 초대권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이 초대권 좌석이 유료 관객 좌석과 뒤섞이면서 좌석이 겹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스피어스의 공연은 VVIP석 티켓이 1인 기준 220,000원, VIP석이 165,000원, R석이 143,000원, S석이 121,000원이었습니다.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내고 공연장을 찾은 유료 관객들은 결국 초대권 관객과 섞여 앉아 무대를 봐야 했습니다. 이 혼선 때문에 공연은 20분 늦게 시작됐습니다.

격렬한 춤 동작과 독특한 무대장치로 꾸며진 스피어스의 공연은 화려했지만, 속 빈 강정처럼 어딘가 허전했습니다. 스피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립싱크로 채웠고, 관객과 소통하지 않은 채 퍼포먼스에 집중했죠. 볼거리는 있었지만, 진정함은 없었습니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국내 언론사에 제공될 내한 공연 현장 사진에 대해 최종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현장 사진은 공연 이틀 뒤인 12일 오전 11시 제공됐다. iMe KOREA 제공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국내 언론사에 제공될 내한 공연 현장 사진에 대해 최종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현장 사진은 공연 이틀 뒤인 12일 오전 11시 제공됐다. iMe KOREA 제공

스피어스는 공연 후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의 기사에 반영해야 할 현장 사진을 최종 확인하지 않은 채 대만에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것이죠. iMe KOREA에 따르면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유도 모른 채 스피어스 측의 최종 확인을 기다리던 기자들은 결국 일주일 전 일본 공연 사진을 제공 받아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날 언론사들의 내한 공연 기사에 난데없이 일본 공연 사진이 들어간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사진은 이틀 뒤인 12일 오전 11시가 돼서야 제공됐습니다. 단 두 장으로, 그마저도 한 장은 스피어스의 얼굴이 나오지도 않았죠. 온라인 매체들은 뒤늦게 사진을 교체했지만, 신문 매체의 경우 이미 인쇄된 지면을 되돌릴 순 없었습니다. 스피어스의 첫 내한 공연은 주최 측의 부실한 운영과 아티스트의 무성의가 빚은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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