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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ISM’ 여덟 가지 키워드로 본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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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ISM’ 여덟 가지 키워드로 본 트럼프 시대

입력
2017.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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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 참석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제45대 대통령과 가족들. AFP 여합뉴스
19일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 참석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제45대 대통령과 가족들. AFP 여합뉴스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마침내 ‘트럼프의 시대’가 도래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불리는 보호무역주의ㆍ폐쇄주의로 돌아서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행보가 세계를 불확실성의 늪에 몰아넣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포퓰리즘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지도자로 맞이하는 미국 사회의 진통 또한 만만치 않을 예정이다. 트럼프의 등장과 부상, 그를 향한 대중의 열광을 통칭하는 ‘트럼피즘’(Trumpism)의 알파벳 여덟 글자를 풀어 트럼프 시대를 그려봤다.

◆Trade war(무역 전쟁)

지난해 4월 27일 당시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자신의 외교ㆍ안보 구상인 ‘미국 우선주의’를 공식 천명했다. 이 말은 삽시간에 지구촌 제1의 화두로 올라섰다. 발표 당시 방위비 재조정 등 안보에 국한됐던 내용은 무역, 이민 등 이슈 전반으로 확산돼 특히 고율관세로 대표되는 ‘무역 전쟁’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이에 전세계 시선은 주요 2개국(G2), 즉 미ㆍ중 갈등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측은 취임 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 ‘하나의 중국’ 부정 발언으로 중국과 각을 세운데 이어,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최근 “중국 정부의 불법 생산보조금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전쟁 움직임은 한국 경제에도 거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한국 수출의 ‘샌드위치 딜레마’가 커질 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시 수반되는 무역보복조치 등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Racial Hatred(인종 혐오)

불법 체류자 추방,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무슬림 입국금지 등 인종혐오 공약은 대선 기간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미국 사회 내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일부 공약은 실현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전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구제를 위해 시행한 ‘이민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범죄 전과가 있는 이민자를 색출ㆍ추방하는 한편,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취업 비자 체계도 새롭게 정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반(反)이민 기조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술수에 따라 자칫하다가는 국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데다, 인종 혐오로 인해 테러 및 폭력 사태 위험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니엘 벤자민 전 국무부 테러대응 담당자는 이와 관련 “이슬람국가(ISㆍ수니파 무장조직)에게 무슬림을 집단 배척하려는 트럼프는 훌륭한 신병 모집 수단이 되고 있다”며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는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Uncertainty(불확실성)

공직 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에서 세계 정치ㆍ경제는 불확실성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관례와 격식 등을 무시한 행보는 특히 셈법이 복잡한 외교ㆍ안보 세계에서 정세 불확실성 증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러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유사한 ‘스트롱맨’(강성 통치자) 리더십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친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독단적인 핵전력 강화와 미ㆍ러 핵군축 협상 사이를 오가며 일관성 없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외 동맹국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서도 내각 내정자들과 통일되지 않은 입장으로 세계를 치열한 눈치 싸움에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불확실성은 최종적으로 경제 리스크로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18일 “달러화 가치가 너무 높다”는 트럼프의 한마디는 환율전쟁을 개시,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 가치)를 전날 대비 0.85% 떨어뜨리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Multi-millionaire(백만장자)

지난해 미 대선 기간에만 해도 미국 주요 언론들에서 주로 사용된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의 수식어는 ‘백만장자’ 혹은 ‘억만장자’였다. 포브스 추산 최소 37억달러(약4조3,400억원)의 순자산을 가진 인물이니 당연한 결과다.

‘초갑부’ 대통령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이해충돌이다. 2016년 5월 자산공개 기준, 트럼프 대통령과 일가는 호텔, 골프장 등 전세계 500개 이상의 기업과 직접 이해관계에 있다. 그는 대선 승리 후 이러한 이해충돌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자선재단 해체 계획을 밝혔으나 집권 기간 동안 계속해서 유사한 문제 제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뿐 아니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등 정권 인사들까지 미국 최상위층이자 재계 출신 일색이다. 부의 정점에 서 있는 정권 진용이 갖춰지면서 무엇보다 법인ㆍ고소득층 감세 정책의 여파가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역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한국 등 경쟁국 경제 정책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Populism(포퓰리즘)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포퓰리즘의 승리로 요약된다. 장기화되는 경제 위기에 ‘정치적 올바름’을 버리고 ‘세계화 속도를 늦춰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좌절한 백인 중산층 미국인들에 적중했다. 주요 언론들은 트럼피즘을 “세계화 이후 주변부로 밀려났던 미국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다시 주류 무대로 복귀하는 순간”이라고 정의했다.

트럼프발(發) 포퓰리즘 열풍은 올해 유럽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대규모 난민 유입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동력을 얻은 프랑스 국민전선(FN) 등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올해 각종 선거에서 승전고를 울릴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에도 불구, 결국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극단적인 선동 전략을 일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치는 이합집산의 영역”이라며 “공화당이 먼저 트럼프 진영과 당 주류 진영 간 연대를 이룰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점쳤다.

◆Illegitimacy(정통성 결여)

트럼프 정권의 출발 기반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 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 미국 정보기관이 이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 등 선거 불복 여론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의 존 루이스(조지아) 하원의원 등 60여명의 민주당 의원이 ‘취임식 보이콧’에 나섰다. 17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44%로 취임 시점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득표수 역시 정통성을 희석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에 선거인단 304명 대 272명으로 승리를 거뒀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약 286만표 차로 크게 뒤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인종ㆍ종교ㆍ성차별 등 기존 행보를 이어간다면 미국 사회 분열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해 국정 운영에 유리하다 하더라도 이처럼 저항이 거셀 경우 트럼프 정권은 향후 언제든지 반대 여론에 발목 잡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NS politics(SNS 정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공격하는 기성 언론을 배제하고 직접 트위터를 통해 의견 전파하는 이른바 ‘트위터 정치’를 전면 개척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정치인들의 소통 수단이 된 지는 오래지만 기성 언론을 압도할 만큼 제1의 ‘자기홍보’ 창구로 활용한 이는 단연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에도 10여개의 트위터 글을 써, 20일 현재 약 2,039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확산해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언론 반박 과정에서 거짓 선동을 펼친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이 앞장서 탈진실(post-truth) 시대를 이끄는 셈이다. 또한 해킹 위험, 감정적 대응으로 외교 갈등 유발 가능성 등 우려도 만만치 않다. NBCㆍ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응답자의 69%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에 반대한 이유다.

트럼프 정권인수위 측은 하지만 취임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사용을 이어갈 것이라 예고했다. 트럼프 본인은 17일 “부정직한 언론 때문에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사용할 뿐 트위터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Misogyny(여성 혐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내내 여성 혐오 발언으로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본인의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 테이프 유출부터 폭스뉴스 여성앵커와 폭로전에서 쏟아낸 여성비하 발언까지 이력도 화려하다.

강력한 여성혐오 대통령이 등장함에 따라 미국 여성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반적인 여성권 후퇴와 더불어 낙태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은 강경한 낙태 반대론자로 알려져 있다.

취임식 전후 저항운동 중 최대 규모로 이뤄지는 ‘여성들의 행진’(Women’s March)은 트럼프 집권 기간동안 진행될 여성 운동의 예고편이다.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최대 40만명의 여성들이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에서 분홍색 고양이 모양 모자를 쓴 채 저항 행진을 진행한다. 이들은 여성 외에도 성소수자, 장애인 등과 연대하며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싸움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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