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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당체제의 재편이 필요하다

입력
2017.06.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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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의 민주대항쟁은 군부정권을 굴복시킨 위대한 혁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에 그치는 미완의 혁명이었다. 13대 대선에서 1979년의 12․12 쿠데타의 주역이 집권했던 역사의 역설 때문이다. 촛불시민혁명이 사회경제적 격차와 계층간 간극이 해소되는 공동체의 수립을 결과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절반의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군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 기간 동안 화석화한 부조리와 부정의를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일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구조와 천박한 자본주의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단초라도 마련하기 위해선 혁명 정부에 준하는 정책수립과 집행이 따라야 한다. 이러한 철학과 이념의 실천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발생한 임기 초반 집권측과 야당의 대립은 향후 입법이나 정책마다 절충과 타협의 실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내각 구성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당체제에서는 원천적으로 집권세력의 청사진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등 집권세력과 야당은 내각 구성과 추경 등에서 강 대 강 충돌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권위와 소통 행보로 집권 초기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청와대가 강조하고 있는 협치는 국회 차원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협치는 수평적 연대를 의미하는 거버넌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구조적으로 첨예한 입장 차가 존재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여야관계는 이해가 일치하지도, 입장 차가 좁혀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거대양당체제에서 대표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 등 시민사회의 균열을 반영하는 다당체제로서의 의미도 없다. 지금의 상황을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의 분점정부에서 나타나는 일상적 모습으로 치부하기에 대내외적 위기는 심각하고 엄중하다.

상황 타개를 위해 이념적 친화력이 있는 야당 일부가 내각에 참여하는 연정이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내년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한 여야 정당 내 사정 등과 맞물려 실현가능성은 떨어진다. 대통령제에서의 연정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도 갈 길을 가겠다는 내부 분위기가 읽힌다. 국회에서 강 대 강으로 여야의 충돌이 고착화되면 집권세력이 떠안는 정치적 부담은 야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그 지점에서 변곡점을 찍을 수도 있다.

집권세력에게 정국을 돌파할 구체적 플랜이 절실해 보인다. 추상적 협치가 아닌 구체적 연합정치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원칙론에 입각한 협치의 강조는 공허하다. 실질적 협치로 이어지려면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과감한 정책연대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조차 교착에 직면한다면 정치공학에 몰입되어 있는 현재의 정당체제의 재정열을 고민할 수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동력으로 하는 정당재배열을 모색하는 길이다. 이념 지향을 공유할 수 있는 정당에게 명분을 제공하면서 합당 등의 방법이 채택될 수 있다. 비록 총선에 의해 구성된 정당체제라 할지라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거나, 다당체제의 의미를 살려나가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재편에 대한 유인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야당들은 존재감 부각이라는 정치공학에 매몰되어 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노출된 여권의 미숙함도 비판의 대상이지만 야권이 작정하고 반대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소통 노력과 협치의 손짓은 야당의 정치공학적 계산앞에 무력해 보인다. 당내에서조차 정치적 지향의 차이가 노출되고 있는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새로운 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정당체제가 시민사회의 요구와 지지를 반영하지 않고 여야 대립을 구조화한다면 합당이건, 연대건 새로운 연합정치의 필요성은 증대할 수밖에 없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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