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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하나고 교사는 초범이라 ‘기소유예’ 됐다

입력
2017.06.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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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 서울 자립형사립고 하나고의 교사 A(45)씨는 지난 3월 성매매를 하다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하지만 A씨는 별다른 사법적 처벌 없이 다음학기부터 교단에 서게 될 예정이다. 학교가 A씨의 직위 해제 및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린데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북부지검도 A씨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2. 지난해 8월 성매매를 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전 부장판사 B(46)씨는 최근 재취업에 성공했다. 지난해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 차원에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등록해 국내 최대 규모의 법률사무소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의 등록심사위원회 절차도 받지 않았다.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별도 처벌은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덕분이다.

“초범인 성매수 피의자는 통상 99% 기소유예”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적용에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초범인 성매수 피의자는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소유예란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범행 동기나 기존 전과, 반성 정도 등을 판단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전직 부장판사 B씨 처분에 대해서도 과거 검찰 관계자는 “범죄액수가 작고 초범인 성매수 피의자는 99% 기소유예 처분하는 통상적인 처리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물론 초범인 성매수 피의자들이 아무 조건 없이 기소유예되는 것은 아니다. 재범방지 교육인 ‘존스쿨’ 프로그램을 수강해야만 한다. 이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만인 지난 2005년 법무부에서 도입한 일종의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다. 성매매가 그릇된 성 의식과 무지에서 시행된다는 점에 기반해 초범에 대한 인도적 계도를 한다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게 된 데는 당시 검찰이 가정파탄 등을 이유로 관련 피의자 법원 송치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왜 성매매만 선처되는 걸까?

이런 이유에서 성매매사범들의 상당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성매매사범의 비율은 평균 45.9%에 달했다.

그런데 이는 전체 형사범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 5년간 전체 형사범의 기소유예 처분 비율은 평균 17.9%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성매매사범에 대한 선처 비율이 다른 형사범죄에 비해 약 2.5배 높았던 셈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성매수 피의자, 즉 성구매자에 대한 기소율이 성판매자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2013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7~10년 3년간 성판매자 여성이 실제 기소된 비율은 23.2%였지만, 성구매를 한 성매수 피의자의 기소율은 17.3%에 그쳤다. 결국 성매수 피의자, 즉 성구매자들보다는 성판매자 쪽을 더 많이 처벌한 것이다.

처벌해야 ‘죄’ 라고 인식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느슨한 처벌이 오히려 ‘성매매는 죄가 아니다’란 비정상적인 인식만을 심어준다고 지적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적 처벌을 하루짜리 재범방지 교육으로 대신하고 있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은 사실상 성구매자들에게 면죄부가 되고 있다”며 “성매수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성구매가 범죄’라는 인식을 당사자는 물론 사회 전체에 명백히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매수 피의자가 공무원 등 도덕성이 요구되는 인물일 경우 그 영향력을 고려해 더 엄격한 처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교사 등 청소년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성매수를 했을 경우 원칙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사안의 특수성을 따져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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