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하루 종일 녹취록 공방으로 시끄러웠다. 야당 의원들이 녹취록 음성 파일을 공개하자, 여당에선 짜깁기 의혹을 제기해 청문회는 두 차례 정회되는 등 극심한 파행을 빚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야당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가 시작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작심한 듯 “실체적 진실 확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녹취록 음성파일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음성파일 공개는 여야가 청문계획서를 채택할 당시 합의하는 게 원칙이라며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여당 의원들은 녹취록 음성파일이 정당한 경로로 입수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반복했다.
녹취록 공방은 오후 들어 극에 달했다. 이 후보자가 오전 청문회에서 녹취록에 나온 일부 발언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자, 야당 의원들이 위증이라고 밀어붙이면서다. 야당 청문특위 간사인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은 “후보자와의 질의ㆍ응답 과정에서 문제의 녹취록을 정확히 확인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며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 야당에서 허위를 가지고 정치공세를 한 셈이 되고, (이 후보자가) 하고도 안했다면 중대한 위증을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공방이 오가면서 오후 청문회는 속개 50분만에 여야 간사 협의를 위해 정회됐고, 그 사이 야당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녹취록 공개를 강행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는 속개됐지만, 이번엔 여당에서 녹취록 음성파일이 편집됐다며 짜깁기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을 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공개한 파일 내용이 편집ㆍ짜깁기됐다는 제보가 빗발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예측했다. 조금만 발표하고 일부만 공개하면 또 ‘악마의 편집’이라고 할 것이라고 얘기하며 우리끼리 웃었다”고 공박했다. 여야의 공방 속에 청문회는 또 다시 정회됐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했던 이장우 의원이 "(야당에서) 특별한 의도를 갖지 않았다고 하기 때문에 제가 유감을 표하고 정책 질의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면서 오후 9시 회의는 재개됐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저의 부덕의 소치”“통렬하게 반성한다”등등 사과를 거듭하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총리 지명 초반만 해도 ‘해명 자판기’란 별명을 얻을 만큼 각종 의혹에 즉각적으로 대응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녹취록 발언 내용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을 이어가자 이 후보자는 “(당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수일째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라 정신이 혼미하고 기억이 정확하지 못하다”며 답변을 흐렸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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