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으로 병원서 기자회견
"쾌유 빌어 준 한국인에 깊은 감동"
김기종 증거 6점 이적성 추가 확인
경찰, 13일까지 검찰 송치할 방침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집니다. 같이 갑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흉기 피습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닷새 만인 10일 퇴원하면서 한국어로 이렇게 말하며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리퍼트 대사는 “Hi Everybody”(안녕하세요 여러분)라는 말과 함께 다치지 않은 오른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얼굴 상처의 실밥을 제거하고 밴드를 붙였으며 검은 색 정장에 초록색 타이 차림이었다. 관통상을 입은 왼팔은 고정식 깁스를 한 탓인지 연설문을 정리할 때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며칠 간 받은 치료 덕택에 빨리 복귀하게 됐다”며 운을 뗀 리퍼트 대사는 “공격 현장에서 용감하게 그리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 한국ㆍ미국인 모두와 의료진에게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지난 겨울 서울에 도착한 이후 로빈(아내) 세준(아들) 그릭스비(애완견), 저희는 한국인들이 저희를 사랑하고 환영한다고 느꼈다”며 “이번에도 응원피켓, 음식, 꽃, 카드, 트위터ㆍ페이스북ㆍ블로그를 통한 쾌유 기원 등 한국 국민들의 따뜻한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어로 “나는 한국인들이 불러주신 대로 여전히 ‘동네 아저씨’고 ‘세준 아빠’로 남을 것”이라며 웃었다.
리퍼트 대사는 “분명 무서운 사고였지만 (이제는) 걷고, 말하고, 아들 세준이를 안고, 아내와 포옹할 수 있다”며 “팔은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하고 싶다”며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목적과 결의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구속된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55)씨의 자택 겸 사무실에서 확보한 증거물 가운데 추가로 6점에서 이적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적표현물로 판명 난 문건은 진보단체인 사월혁명에서 발행하는 ‘사월혁명회보’, 유인물 ‘통일 단결 대행진의 서곡을 울리며’ 등이다. 이로써 앞서 확보한 13점을 포함해 총 19점에서 이적 혐의 단서가 포착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월혁명회보는 분기간행물로 ‘동북아 정세 변화와 한반도 평화 통일’등을 주제로 한 월례발표회 내용과, ‘이석기ㆍ진보당 탄압은 국기문란’ 등 제목의 회원 기고문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경찰은 사월혁명회보 몇호에서 이적성을 확인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김씨는 사월혁명회 회원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되는 외부 월례발표회에 몇 차례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 휴대폰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 40여명과 통화한 것을 확인, 이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체포 당시 오른쪽 발목에 골절상을 입은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에서 골절 접합 수술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술 후 3~5일 가량 입원이 필요하며 구속 상태에서 조사는 진행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늦어도 13일까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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