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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영문화 쇄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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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영문화 쇄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입력
2014.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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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ㆍ구타 등 가혹행위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건의 실상에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홈페이지에는 아들을 군에 보냈거나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충격과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군에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지 후회가 된다”거나 “이래서야 안심하고 군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불안과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이 갖는 가장 큰 의문은 어떻게 이런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가혹행위가 아직도 병영에 남아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던 야만적 행위가 버젓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참담하다. 군 당국은 그 동안 병영 내부의 폭언과 폭력, 왕따 행위가 크게 줄고 있다고 말해왔다. 국민들은 그 말만 믿고 가끔씩 구타사고가 나도 미꾸라지 한 마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끔찍한 행태를 보면서 가혹행위의 실상을 확인하게 됐다. 병영 내 폭력이 조직화, 구조화 돼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군 당국이 이 사건 발생 후 지난 4월 한 달간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타ㆍ언어폭력 등 가혹행위 3,900여건이 적발됐다. 불과 한 달 만에 이토록 많은 사례가 적발됐다는 것은 언제든지 제2, 제3의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폭력적 병영 문화가 온존하는 가장 큰 책임은 군 장교와 부대 지휘관 나아가 군 수뇌부의 무관심과 안이함이다. 총기난사나 폭행 사건이 나면 군 당국은 매번 똑 같은 대책을 재탕하고 있다. 적당히 시늉만 하고 시간이 지나 잊혀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육군이 이번 사건의 참혹한 진상을 제때 발표하지 않고 은폐한 것만 봐도 군 지휘관들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보여준다. 육군은 윤 일병 사망 다음날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알렸을 뿐, 상습적인 폭행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구속 기소된 선임병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 일병의 가족들이 수사기록을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제공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도 유족들의 진정을 받은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자체 조사 끝에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야 외부에 알려졌다.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없었다면 그대로 넘어갔을지 모른다. 이런 군 당국의 고질적인 은폐와 거짓말부터 뿌리뽑지 않고서는 병영 문화 개선은 요원하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될 만큼 파장이 크다. 일부에서는 ‘군대판 세월호 참사’라고 비유하며 “입대 예정 젊은이들의 가족이 나서 입대를 보류시키고 시스템 개선 약속을 받은 뒤 군에 보낼지 결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육군 22사단 총기 난사 사고 후 지난달 16일 전군 주요지휘관 오찬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군대에 보낼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지시를 내린 지 불과 2주 만에 다시 끔찍한 일이 전해졌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력에 물든 병영 문화 자체를 바꾸는데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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