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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라고…또래 잔혹폭행 또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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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라고…또래 잔혹폭행 또 집행유예

입력
2017.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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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로 구타 공동폭행 혐의

담뱃불로 지지고 소변 먹이기도

법원 “죄질 무겁지만 미성년에다 피해자와도 합의” 항소심서 감형

과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도

44명 중 5명만 소년원 보호처분

소년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

또래들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이후 소년법 폐지 등 소년범죄 엄벌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동년배 여학생을 잔인하게 폭행한 1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사건 당시 미성년이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게 이유지만,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2014년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등 과거 소년범죄 관련 판결과 맞물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이승한)는 10일 공동폭행과 특수중감금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19)군과 B(22)씨, C(19)양에게 원심처럼 각각 징역 8년, 5년, 3년을 선고했다. 반면 D(18)양에 대해선 징역 3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가운데 유일하게 18세 미성년자이고 이전까지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도 감안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 충북 청주ㆍ음성 일대 모텔을 전전하며 함께 지내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알고 지내던 E(18)양을 꼬드겨 가출하게 한 뒤 휴대폰 소액결제로 돈을 챙기려고 했다. 그러나 E양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모텔에 가둔 뒤 옷을 벗기고 몽둥이와 쇠파이프로 사정없이 때렸다. 피투성이가 된 E양의 얼굴을 담뱃불로 지지거나 자신들의 오줌을 머리에 붓고 억지로 마시게 하는 등 잔혹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형한 D양에 대해서도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등 죄질이 무겁고 가담 정도 또한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엔 합의 부분이 추가되긴 했지만 D양처럼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선처 받거나 감형된 사례는 숱하게 있다. 2004년 경남 밀양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을 1년간 성폭행한 사건에서 고작 5명만 소년원 보호처분을 받았다. 피해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피해자를 협박까지 했지만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은 또래 여학생에게 성매매 강요, 가혹행위로 인한 쇼크사, 시신 화장 및 시멘트 암매장 등 잔인하고 참혹한 범행에도 가해 여중생들에 대한 형량이 ‘장기 9년ㆍ단기 6년’ 또는 ‘장기 7년ㆍ단기 4년’에 그쳐 논란이 거셌다. 소년범에 적용되는 장단기형은 단기형을 복역한 뒤 수감 태도에 따라 교정당국이 장기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라, 일부 가해 학생은 4년만 복역하고도 출소할 수 있다. 공범인 성인 남성 3명에게 무기징역 등이 내려진 걸 감안하면 형량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제2의 밀양 성폭행’ 사건이라 불리는 ‘도봉구 야산 집단성폭행’은 사건 발생 5년 뒤인 2016년에야 세상에 알려져 군 입대한 가해자들이 뒤늦게 처벌을 받고 일부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긴 했지만,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중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성인이었다면 훨씬 중한 형을 선고해야겠지만 그때 소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고등학생 2명이 또래 여학생과 술을 마신 뒤 수 차례 성폭행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피해 장면을 친구들에게 공유한 사건 역시 “소년이었을 때 범행이 이뤄져 개선 여지를 참작했다”며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가해자들이 풀려났다.

이처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이후 최근 소년범죄 판결까지 거론되면서 처벌 강화를 담은 관련법 개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형사 미성년자’ 최저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 소년부 보호사건 심리 대상 범위를 현행 10~14세에서 10~12세로 조정하는 소년법 개정안과 더불어 살인 등 강력범죄의 경우 16세가 넘으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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