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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잊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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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잊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느꼈죠”

입력
2017.02.2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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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추모하는 기억공간 제주 ‘리본’ 운영자 황용운씨

21일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304개의 고래 인형을 전시한 '고래의 꿈 304'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영헌 기자
21일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304개의 고래 인형을 전시한 '고래의 꿈 304'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영헌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는 목적지인 제주도에 오지 않았다. 세월호에 탔던 304명은 출발지이었던 인천에도, 목적지인 제주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1년 뒤 그들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만 제주의 조용한 마을의 한 창고에 도착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re:born)’.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지 않으면서, 그 기억이 희망으로 다시(re) 태어나길(born)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공간이다.

21일 찾은 기억공간 리본에는 304개의 크고 작은 고래 인형이 기억의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고래의 꿈 304’라는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304개의 고래 인형은 제주학생문화원 평생교육 감천염색 동아리 ‘감쪽애’ 회원 13명이 천연염색천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5월 19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이후 고래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기억공간 리본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인 2015년 4월 16일 문을 열었다. 서울 출신인 황용운(37)씨가 운영자다.

그는 “팽목항과 안산, 서울 등에는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세월호의 목적지인 제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제주를 목적지로 정한 이유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2014년 5월 18일 세월호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보낸 이틀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유치장에서 고민을 하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추모 공간보다는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월호 관련 책도 읽고 전시회도 여는 등 무겁지 않게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세월호를 강제로 기억하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행사나 소통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행동으로 옮긴 게 기억공간 리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억하겠다는 것은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고, 더 나아가 행동하고 분노하겠다는 능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잊지 않겠다는 것은 피동적이고,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을 지키는 기억지기 황용운씨. 2년 전 세월호 목적지인 제주에 내려와 추모 공간이 아닌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 김영헌 기자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을 지키는 기억지기 황용운씨. 2년 전 세월호 목적지인 제주에 내려와 추모 공간이 아닌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 김영헌 기자

그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많지 않은 퇴직금을 들고 2015년 2월 제주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바람도서관 박범준 대표와 폐목재 재활용 기업 ‘RE’의 신치호 대표, 마을주민 등 주변의 도움을 얻어 소를 키웠던 130㎡(40평) 규모의 우사를 개조해 기억공간 리본을 탄생시켰다.

황씨는 “제주에 왜 세월호 관련한 공간이 있냐고 묻는 방문객들이 많다. 하지만 세월호 목적지가 제주였다고 말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며 “어느 날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찾아 왔을 때 이곳이 우사였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아이들도 97년생 소띠였다고 말하면서 펑펑 우셨다. 우연이었지만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곧 있으면 세월호 참사 3주년이지만, 여전히 세월호에 대한 진실을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명명백백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세월호 기억지기로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 출입문에는 '기억할 준비가 되셨나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기억공간 리본은 황용운씨가 세월호 목적지인 제주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다. 김영헌 기자.
제주시 선흘리에 위치한 '기억공간 리본' 출입문에는 '기억할 준비가 되셨나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기억공간 리본은 황용운씨가 세월호 목적지인 제주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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