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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Non-native model accents (학습자 발음 모델)

입력
2017.01.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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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스티븐 콜베이는 어린 나이에 남부 억양을 버리겠다고 작심했다고 한다. 어릴 때 TV를 보는데 남부 발음을 들으면 왠지 바보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부 사람들이 우둔한 것도 아닌데 발음 때문에 그렇게 보여지고 싶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한 말은 'Well, you can't tell where newsmen are from.'(뉴스 보도를 들으면 그들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잖아요)이다. 꼭 표준어로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사투리 억양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유난히 ‘Standard American English’ 같은 용어에 민감한 건 사회 정서가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넓은 땅에서 어느 지역의 말을 특정해 '미국 표준어'로 삼을 수 없어서 이기도 하다. 'General American Accent' 같은 용어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 실존이 아니라 '개념'이거나 '가상의 발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You have no accent'라는 칭찬을 반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당신은 억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no accent=accentless'인데, 이는 '사투리 억양이 없으시군요'라는 칭찬에 해당한다.

사람의 말투는 민감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사회적 척도다. 미국인들이 ‘momentary’ 발음을 '모멘테리'로 1음절과 3음절에 강세를 주는 반면 영국인은 '모먼테리'로서 1음절만 강하게 발음한다. 자꾸 듣다 보면 거부감이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담배'라는 발음을 누군가 자꾸 '담버'로 발음하면 듣는 사람이 짜증을 느끼는 현상과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this’의 말음을 ‘diss’와 똑같이 하는 것은 그 차이를 쉽게 느끼지 않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다. 영국 버밍엄 지역 사람들이나 호주인들이 ‘Monday’를 '먼데이'가 아니라 '먼다이'처럼 발음하고 ‘lake’발음을 '레이크'가 아니라 ‘라이크'처럼 말할 때는 당장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You speak with an accent'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학습자들의 한결같은 질문 중에 'Is it okay to adop an American accent or British accent?'가 있다. 원어민들의 답은 'Yes and No'다. 외국인이 원어민처럼 발음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외국인 티가 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Make sure you don't sound phony or fake'이다. 흉내 내려고 억지로 혀를 꼬부리거나 자연스럽게 않게 발성하는 것은 피하라는 주문이다. 필리핀인과 인도인의 영어 발음이 거칠고 세련되지 못해도 소통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지구상에는 ‘universal accent’나 ‘perfect accent’라는 것이 없다. 학습자가 따라 하려는 발음인 ‘target accent’는 '상대가 알아듣기 쉬운 발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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