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7.11.15 11:00
수정 : 2017.11.15 13:52

트랜스여성은 여성이 아니다? “페미니즘 이름으로 혐오 정당화 우려”

등록 : 2017.11.15 11:00
수정 : 2017.11.15 13:52

아이돌 그룹 빅뱅의 탑과 대마초를 흡연하고 페미니스트 선언을 해 관심을 끈 연예인 지망생 한서희씨. 인스타그램

최근 인터넷에서는 ‘진짜 여성이 누구인가’라는 논쟁으로 뜨겁다. 발단은 가수가 되기 위해훈련 중인 한서희씨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글이었다.

한씨는 이 글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자신들도 여성이니 우리의 인권에 대한 글을 써 달라고 한다”라며 “남성 성기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여자인가”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들만 안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씨가 인스타그램에서 한씨의 발언을 비판하며 논쟁에불이 붙었다. 하씨는 인스타그램에 “여러 이유로 자궁적출 받은 사람들도 있는데 저 글에 따르면 그들도 여자가 아닌거냐”라는 글을 게재했다.

가수 지망생 한서희씨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연예인 하리수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리수에게 쏟아진 트랜스젠더 혐오발언들…

트위터 ‘#하리수는_비여성이다’ 해시태그까지 등장

이후 하씨의 인스타그램 글에 비난성 댓글이 수백 개 붙었다. 많은 글들이 ‘염색체는 못 속인다’, ‘하리수씨 탐폰(삽입형 생리대) 쓰세요? 여자들은 쓸 수 있는데’ 등 하씨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혐오발언들이었다. 일부는 ‘여성이 성폭력 문제에 노출됐을 때 아무 말이 없다가 트랜스젠더 인권 이야기에만 반응한다’고 비판했다. 하씨는 많은 댓글이 붙자 사과문을 올린 뒤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지만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3일부터 한씨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트위터에 ‘#하리수는_비여성이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문제삼고 있다. 해시태그를 단 한 트위터 이용자는 “여성혐오 범죄에 입을 닫고 있다가 성 역할을 부정당하자 바로 입을 연다”라며 “하리수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기 제거 수술을 받아 성형한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트위터에서 지난 13일 벌어진 #하리수는_비여성이다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한 트윗. 트위터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스러움’이 여성 억압에 기여한다’?

하리수씨에게 반대하는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공고히 한다고 주장한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긴 머리와 화장, 치마 등 여성스러운 외향을 고집해 외모에만 집중하는 여성이라는 편향된 시각을 굳힌다는 것이다.

한씨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트랜스젠더들에게 왜 여성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화장이 좋았고 여자애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구두 신는 것을 좋아했다는 비슷한 대답을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구두를 싫어하고 운동화를 좋아했으며 화장하는 것이 귀찮았고 공주가 나오는 만화영화보다 디지몬 어드벤쳐를 좋아했는데 그럼 나는 남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트랜스젠더들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씨는 여성스러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비로소 여성으로 인정받는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상황이 트랜스젠더가 아닌 일반 여성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여성적으로 보이는 외모와 행동을 하지 않는 비트랜스젠더 여성들도 왜 그러냐는 질문을 받지만 여성성에 대한 질문일 뿐 여성이냐는 질문은 아니다”라며 “반면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성이 아닌 여자라는 사실 자체가 부인되고 거짓 또는 망상으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꾸며낸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 이름으로 성소수자 혐오 정당화 우려”

시민단체 등 사회운동가들은 이번 사건이 페미니스트 진영 안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촉발해 문제라는 시각이다. 시민단체 나영 지구지역네트워크 GP팀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성기나 자궁으로 성별의 자격을 따지겠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며 “그런 생각은 결국 성기 환원론으로 돌아와 또 다른 차별과 혐오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손희정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도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성소수자 혐오가 가속화되는 것이 문제”라며 “2001년 트랜스젠더로 대중에게 처음 등장한 하씨는 십여년간 수많은 혐오표현의 피해자였을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에서 의미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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