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오되면 매몰 72시간째
생존 가능성 급속도로 떨어져
세계 각국 구조대ㆍ의료진 급파
통신 등 두절에 구호작업 난관
사망 4000명 넘어… "1만명 달할수도"
25일 강진과 이후 잇단 여진으로 인한 위험이 채 가시지 않은 네팔로 전세계 의료진과 구조대,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수색 작업이 진앙 주변에서 외곽 등 네팔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확인되는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6일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2,500여명 정도였다. 그런데 수색 작업이 본격 재개되면서 27일 밤에는 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네팔 당국자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구조 단체들은 또 28일 정오가 매몰자가 생존할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보고 생존자 구조 및 2차 피해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구조장비 운송로 확보가 여의치 않은데다 현지 기상 사정마저 좋지 않아 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각국 구조대 속속 도착
구조대와 의료진은 28일 정오까지 현장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힌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시한은 사고 발생 후 72시간째이며, 이 후로는 생존 가능성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부상자 외상 치료 및 질병 치료 등 확산 차단 등 2차 피해를 막는 데에도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유엔은 “일부 주민들이 이미 설사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백신 부족으로 홍역 확산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식수, 전력 등 기본 생활 시설을 확보하는데 노력 중이다.
특히 질병과 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들을 집중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는 “약 94만명의 네팔 어린이가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구조 활동에 가장 먼저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중국과 인도 등 인접국가들이다. 인도는 지진 발생 직후인 25일 저녁 300여명의 재난대응인력과 이동병원 차량을 실은 인도 항공기 4대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급파했고 26일에는 항공기 9대로 식량과 의료품 구급 장비를 수송했다. 중국 역시 26일 구조 인력 62명과 수색견, 의료 장비를 보내는 한편, 텐트 담요 발전기 등 2,000만위엔(약 34억원) 상당의 구호 물품을 전세기편으로 보냈다.
우리 정부도 100만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한데 이어 40여명 규모의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키로 결정했다. 이날 민항기 편으로 선발대(5명)와 119 탐색구조팀 10명을 우선 카트만두 현지로 파견했고 다음달 1일 추가 인원을 파견할 예정이다. 2차 파견 KDRT에는 탐색구조대와 의료대가 함께 파견된다. 에베레스트에 익숙한 산악인 엄홍길(55) 대장도 5명으로 구성된 대한 적십자사 긴급구호 선발대를 이끌고 29일 출국한다.
미국은 초기 구호자금으로 100만달러(약 10억7,000만원)를, 유럽연합(EU)도 300만유로(약35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우리나라도 100만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금을 제공한다. 또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아동구호기금, 세이브더칠드런, 국경없는의사회 등 세계 구호단체들도 수색 전문가와 의료진, 구호 물품을 네팔 현지로 보내고 있다.
국제공항 하루 만에 운항재개
트리부반 국제공항이 지진 발생 후 약 21시간 만에 정상화되면서 적지 않은 구호품이 인도를 통해 네팔로 들어오고 있다. 지진 발생 당시 공항 시설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네팔 정부는 안전을 위해 공항을 일시 폐쇄했다.
하지만 네팔 국내의 수송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구조대원들을 애태우고 있다. 국제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경우 창고 3곳에 긴급 구호물품을 확보해 놨지만, 정작 이를 전달할 보급로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벤 피커링 고문은 “포카라 등 고립된 곳에 물품을 전달하려면 헬기가 가장 유용한데 항공로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며 “또 진앙 부근 사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현지로 가는 도로가 이용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데다 카트만두를 벗어나면 통신 두절 현상이 심각해 구조ㆍ구호 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열악한 현지 사정이 인명 피해를 키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옥 붕괴 및 여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재민 다수가 쌀쌀한 날씨에도 야외에서 숙식을 하고 있는데다 병상이 모자라 병원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야외에서 부상자 치료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우기(7월 초~9월 초)가 아닌데도 26일밤 부터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구호 작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지진 때문에 약해 진 건물이 비까지 오는 바람에 완전히 무너질까 두렵다”며 “공터에 이불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지내는데 비와 추위로 인한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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