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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부담에 애들 볼 책값도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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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부담에 애들 볼 책값도 싹둑

입력
2015.1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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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떠안은 시도교육청

학교기본운영비 등 마구잡이 삭감

쪼들리는 학교들 도서구입비 등 줄여

“대통령 공약이니 정부가 해결해야”

경기 여주시 A여중은 지난해 1,160만원이었던 도서구입비를 올해 600만원으로 48%나 줄였다. 경기도교육청에서 배정한 학교기본운영비가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3억9,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1,000만원 삭감됐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물가 등이 인상됐지만, 지원금은 오히려 줄어 새 책을 덜 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주시 초등학교 가운데는 올 도서구입비가 채 100만원에 불과한 곳도 있다.

어린이집ㆍ유치원의 누리과정 도입이 일선 학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과정 사업비를 떠안은 시ㆍ도교육청이 재정절벽 상태에 빠지면서 기본 경비까지 마구잡이로 줄인 결과라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올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누리과정 사업비 1조46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에서 예비비(1,109억원)를 받고 2,382억원의 빚을 냈다. 또 학교기본운영비 5%와 비정규직 인건비, 교육복지지원비, 혁신학교운영비 등 8개 분야에서 2,046억원을 자체 삭감했다.

이 분야의 당초 예산은 2조2,905억원이었으나, 추경예산 편성 등을 통해 2조859억원으로 8.9% 줄었다.

예산 감축 파장은 학교교육 현장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18일 도의회 교육위원회 박승원(새정치민주연합ㆍ광명3)이 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수원시내 초중고교 199곳의 학교운영비중 도서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 이상인 학교는 50.3%에 그쳤다. 운영비의 3% 이상을 도서구입비로 편성하도록 한 학교회계예산편성 지침을 따른 곳이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여주시내 학교 45곳 가운데서도 도서구입비를 지침대로 책정한 곳은 17곳(37%)에 불과했다.

군포와 의왕시내 학교 역시 이 지침을 충족한 학교가 70.4%에 머물렀다. 박 의원은 “아무리 운영비가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도서구입비까지 줄이는 학교의 행태도 문제”라면서도 “누리과정 예산을 전가한 정부도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돈이 부족해 낡은 교실을 보수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파주교육지원청은 학교교육 여건개선 시설사업비를 전년 237억원에서 올 164억원으로, 73억원이나 삭감했다. 파주교육청은 내년 시설사업비를 35억원으로 책정, 올해보다 129억원이나 줄일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조대현 도교육청 대변인은 “내년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1조559억원(추정)을 모두 편성할 경우 정상적인 교육 행정이 불가능하다”며 “대통령 공약인 만큼, 이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일단 내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어린이집분 5,459억원을 담지 않은 상태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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