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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물가상승의 양면성, 균형감 갖고 접근해야

입력
2017.07.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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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가격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주요 대상은 전월세, 통신비, 의료비, 금융수수료 그리고 닭고기 값 등이다. 서민가계 지출에 점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 품목들이다. 가격 인하는 단기적으로 서민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소비를 자극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규제 취지는 소비자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시장가격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하방경직성도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격인하 유도 방안으로 원가 공개나 최고가격제 등이 거론된다.

선진국에서 가격규제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대체로 자연재해나 시장실패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 공급구조가 독점 또는 이에 준하는 상태이거나 담합 등으로 시장에서 정상적인 가격형성이 어려운 경우다. 문제는 개별 가격이 과도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적절한’ 이익과 ‘충분한’ 경쟁상황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가격규제에 대한 비판이 드세다. 규제대상으로 거론되는 재화나 서비스 시장이 모두 시장실패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별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될지 모르나 규제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요금의 소비자물가 비중이 이미 20%를 넘는 수준인데, 여타 품목으로 규제가 확대되면 시장메커니즘의 원활한 작동이 제약될 수 있다.

가격규제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는 많다. 우선, 가격규제는 공급이 충분한 상태가 아니면 품질 저하나 과소 공급을 초래한다. 규제 기간이 길어지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지속되고 경제전반의 활력도 저하된다. 따라서 소득 확대 등 경제기초여건이 강화되더라도 가격규제가 결국 성장 동력을 잠식할 수 있다. 둘째, 규제로 가격이 공공요금처럼 계단식으로 상승할 경우 물가기대심리가 불안정해진다. 원가보상률이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기대물가의 급등을 낳기 때문이다. 셋째,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부담이 우려된다. 요즈음처럼 물가상승률이 낮은 시기에 규제품목의 비중을 늘리면 정보변수로서 물가의 역할을 제약해 소비자물가를 준거로 하는 정책금리 운용이 왜곡될 소지가 있다.

시장친화적인 방안은 다양하다. 먼저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시정함으로써 국내외 생산자간 경쟁도 촉진해야 한다. 둘째,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인하 여력을 높여야 한다. 기술개발 등 생산자의 공급역량을 향상시키는 지원정책도 중요하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혁신 등 산업발전을 통한 구조적 물가안정화 방안도 절실하다. 셋째, 소비자가 시장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게 정보망을 충실히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시장의 가격기능을 높여나가야 한다.

완만한 물가상승의 긍정적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세수확대로 재정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각국이 우려했던 디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확대와 고용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따라서 물가상승은 한편으로는 생계비 증가를 통해 서민생활에 부담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 등 재정지출을 위한 재원마련에 기여한다. 고용확대 등을 통해 가계의 소득기반도 강화시킨다.

물가상승에 따른 상반되는 두 가지 흐름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핵심과제이다. 개별 품목가격 즉 미시물가 조절을 통한 양 흐름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품목가격 관리보다는 금리수준 조절 등을 통해 거시물가를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시키려는 노력을 우선시한다. 가격규제는 최소한의 경우로 국한해 한시적으로 활용한다.

가격규제의 필요성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 긍정적 효과를 예상하더라도 산발적으로 또는 선언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시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시장에 알려도 늦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의욕을 저하시켜 성장잠재력만 갉아 먹는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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