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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1.24 16:18
수정 : 2017.01.24 20:48

[고은경의 반려배려] 미국산 달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

등록 : 2017.01.24 16:18
수정 : 2017.01.24 20:48

힉맨스 패밀리 팜은 홈페이지에 한국에 달걀을 처음으로 수출했다는 소식을 게재했다. 힉맨스 패밀리 팜 홈페이지 캡처

지난 주말부터 미국산 달걀이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30개 한 판에 8,490원.

국산 달걀 보다는 1,000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 30%가 사라지면서 달걀 가격이 빠르게 오르자 정부가 서둘러 수입한 것이다. 미국산 달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아직은 미지근하다. 흰색 달걀 맛은 어떤지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전성 등을 이유로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판매되는 달걀은 미국 아이오와주와 애리조나주에서 수입됐다. 특히 아이오와주는 미국 내에서도 산란계를 가장 많이 기르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인지 궁금해 농림축산식품부에 확인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수입업체만이 알고 있다고 했다. 언론에 소개된 수입업체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고, 대형마트를 통해 연락을 취해보려 했지만 업체가 부담스러워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던 차에 동물단체 카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출한 미국 달걀 생산 업체 중 한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라 관계자는 화물기에서 달걀을 하역하는 방송 장면에서 턱시도를 입고 선글래스를 쓴 닭 이미지와 힉맨스 패밀리 팜(Hickman’s family farm)이라는 브랜드를 보고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봤다고 했다. 홈페이지 상단 첫 화면은 이 회사가 AI가 발생한 한국에 첫 수출을 했으며 한국의 설 명절 기간 달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산란계 사육 조건을 확인해 보니 미국 계란 생산자 연합(UEP)의 케이지 생산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이는 닭 한 마리에 주어지는 공간이 A4용지보다 작은 0.05㎡로 국내 밀집 사육 기준과 같았다. 미국산 달걀이 국내 달걀보다 특별히 좋은 조건에서, 또는 나쁜 조건에서 생산된 게 아닌 셈이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닭들은 A4보다 작은 공간에서 알을 낳는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캡처

하지만 3,200만 마리의 가금류 도축으로 이어진 AI 확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열악한 사육환경 속에서 닭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물보호활동가들은 ‘우리와 같이 열악한 조건에서 생산된 달걀까지 당장 수입해다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밀집 사육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이후 AI가 매년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지적도 해마다 되풀이되어 왔지만 ‘사상 최악의 AI 사태’, ‘최대 살처분’을 갱신하는 결과만을 남겼다.

미국산 달걀의 안전성이나 수입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곧 다가 올 설 명절 음식에도, 가공식품에도 달걀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식품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들은 상품의 안전성 측면에서라도 미국산 달걀이 어떤 조건에서 생산된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 또 달걀 수입이라는 미봉책보다는 사육환경 개선, 동물복지인증 농가 활성화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급선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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