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동 머물다
대전 지역 병원 두 곳서 입원
당국 뒤늦게 확진 판정하고 격리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감염자 1명이 추가 확인돼 3명으로 늘면서 보건 당국은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16번 환자가 전염성이 높은 이른바 ‘슈퍼 전파자’는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번 환자(40ㆍ남)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씨(68ㆍ남)와 지난달 15~17일 경기 평택 B병원의 같은 병동 8층에 머물렀던 2차 감염자다. 16번 환자는 그 뒤 대전 자택에 머물다가 20일부터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나자 대전의 한 병원 6인실에 25~27일 입원했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같은 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겨 28~30일 입원했다. 보건 당국은 처음엔 메르스가 전염성이 낮다고 판단해 같은 병실 접촉자만 조사해 16번 환자를 추적하지 않았다가 감염자가 확산되자 재조사를 실시해 30일 그를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보냈다. 그는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3번 환자(73ㆍ남)와 24번 환자(78ㆍ남)는 16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3차 감염됐다. 3일 확인된 추가 감염자인 30번 환자(60ㆍ남)는 앞서 16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 6인실에 3일간 함께 있다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3차 감염은 좁은 6인실 등 다인실에서 16번 환자와 함께 머문 것이 1차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이들은 60~70대 고령인 데다 기저질환이 있는 취약 환자였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초 환자와 유사한 ‘슈퍼 전파자’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아직 초기 상태여서 좀더 조사해봐야 될 상황”이라며 “환자의 비말이 많이 묻어 있는 출입문 손잡이나 가구 등이 중간 전파의 매개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되는 것은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료진의 감염”이라고 덧붙였다. ‘슈퍼 전파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더 높은 환자로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폭이 활발하거나 더 강한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경우다.
16번 환자가 의료기관에 머물며 받은 치료 및 시술에 대해 보건당국은 말을 아꼈다. 호흡기 질환이 아닌 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메르스에 취약한 환자는 50대 이상의 폐렴 등 호흡기 질환자로 알려져 있는데 16번 환자는 40대다. 보건 당국은 “해당 환자가 만성 질환 때문에 폐 기능이 약한 상태라면 메르스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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