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경성 기자

등록 : 2017.09.10 12:33
수정 : 2017.09.10 18:12

9ㆍ9절 숨 고른 북한… 11일 유엔 안보리 회의 ‘고비’

등록 : 2017.09.10 12:33
수정 : 2017.09.10 18:12

도발 없이 경축 연회만 개최

3일 6차 핵실험으로 갈음한 듯

대신 매체ㆍ기관 동원 선전戰

추가 제재 강하면 행동할 공산

10월 10일 前 ICBM 또 쏠 듯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69주기를 하루 앞둔 8일 북한 평향 당 창건 기념탑광장에서 무도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핵무기 완성을 위해 전력 질주하던 북한이 숨을 골랐다. 정권 수립 69주년인 9일(9ㆍ9절)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대북 제재 표결이 고비다.

1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정권 수립 69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 옥류관에서 개최된 경축 연회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당ㆍ정ㆍ군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영남 위원장은 축하 연설에서 “이번 수소탄 시험(6차 핵실험)이 대성공으로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의 주체 조선의 전략적 지위가 더 공고해졌다”며 “공화국 정부는 민족자주ㆍ민족대단결의 이념 밑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각지에서도 정권 수립일 기념 행사가 열렸다.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군 장병들과 각 계층 근로자들, 청소년ㆍ학생들이 전국 각지에 있는 김일성ㆍ김정일 동상을 참배ㆍ헌화했다고 보도했다. 또 모란봉극장, 평양대극장 등 중앙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도 경축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됐고, 청년ㆍ학생들과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도 무도회로 명절 분위기를 띄웠다고 전했다.

지난해 정권 수립일 5차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은 7월 거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이에 대한 지난달 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였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정보 당국은 북한이 9일 ICBM급 화성-14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군 당국도 이에 대비해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격상된 대북 경계ㆍ감시 태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도발은 없었다. 이에 이미 6차 핵실험으로 정권 수립일 계기 도발을 갈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6일 열린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 성공 평양시 군민 경축대회에서 박봉주 총리는 6차 핵실험이 정권 수립 기념일을 맞아 이뤄졌다며 “우리 당이 제시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위대한 승리이고 전체 조선 인민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강조했다. 10일 다시 조선중앙통신이 6차 핵실험에 참여한 핵 과학자ㆍ기술자들을 위한 축하 공연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리 공화국이 탄생한 경사로운 9월에 수소탄의 거대한 뇌성을 가장 장쾌한 승전가로 어머니 조국에 삼가 드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신 북한은 선전전(戰)에 집중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6차 핵실험 참여 과학자ㆍ기술자 격려 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울린 수소탄의 폭음은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튼튼한 자립 경제 토대와 비상한 두뇌를 가진 과학자 대군, 백두의 혁명 정신으로 무장한 군대와 인민, 자력갱생의 투쟁 전통이 있기에 주체 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그가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 목표를 점령하기 위한 과학 연구 사업을 더 야심 차게 벌여나가라는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관영 매체와 기관들도 총동원됐다. 전날 노동신문은 ‘우리 공화국은 주체의 사회주의 강국으로 끝없이 융성 번영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1면 사설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서 국력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식의 최첨단 주체 무기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필승은 조선의 전통, 참패는 미국의 숙명’이란 제목의 논평에서는 “미국이 반공화국 적대시 책동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한 우리에게서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계속 받아 안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선물 보따리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뜻한다.

같은 날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와 ‘조선의 오늘’도 각각 사설과 논설을 통해 통일을 강조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했다. 관영 매체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을 전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앞서 북한 외무성이 8일 평양 주재 아시아 국가들의 외교사절단을 초청해 6차 핵실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만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11일 예정된 유엔 안보리 회의가 1차 고비다. 미국이 소집을 요청한 이 회의에서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제재 결의안에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섬유 제품 수출 금지,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등 초강력 제재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북한은 7일 노동당 외곽 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제재와 압박에 집착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유례 없이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다시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후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는 2차 고비다. 북한이 대미 협상에 나서기 전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이날 전에 도발에 나설 전망이다. 도발 방식은 이미 기술적 진전이 많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핵실험보다는 더 증명해야 할 것들이 남은 ICBM급 미사일 발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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