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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여중생들 돌려 달라" 보코하람 규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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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여중생들 돌려 달라" 보코하람 규탄 확산

입력
2014.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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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7일 입술을 앙다물고 미간을 찌푸린 표정으로 백악관 내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사진 속에서 ‘우리 소녀들을 돌려달라(BRING BACK OUR GIRLS)’라고 직접 쓴 종이도 들고 있었다. 지난 달 14일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게 집단 납치된 여중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올린 것이다. 딸 둘을 둔 엄마의 심정으로 그는 “실종된 나이지리아 소녀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글을 남겼다. 미셸 여사의 사진은 순식간에 8,500여 차례 리트윗되며 퍼져나갔다.

보코하람에 집단 납치된 여중생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반인륜적인 행위를 비판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셸 여사가 트위터에 올린 ‘우리 소녀들을 돌려달라’는 문구는 납치 직후인 지난달 23일 나이지리아 남부 항구도시 포트하코트에서 열린 ‘2014 세계 책의 수도’ 지정 기념식에서 처음 사용됐고, 현재까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00만회 이상 리트윗돼 납치된 여중생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이 캠페인을 지지했고, 힐러리 클린턴 등 정치인과 가수 와이클리프 진과 크리스 브라운 등 유명 인사들도 동참했다. 숀 펜, 애쉬튼 커쳐,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래들리 쿠퍼 등 유명 영화배우들은 캠페인 문구를 변용한 ‘남자는 돈으로 소녀를 매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힘을 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온라인에서 목소리만 높이고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아 비판 받았던 ‘슬랙티비즘(소심하고 게으른 저항운동)’의 가치가 이번 캠페인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코하람의 잔인 무도한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도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7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등 약 75명이 ‘소녀들을 돌려달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이지리아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11세 딸을 둔 나이지리아 출신 에이미 톰슨(43)은 “딸 가진 엄마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무능한 정부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비판했다.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도 100여명이 국방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열고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여중생들을 조속히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나이지리아군은 “보코하람에 납치된 학생들이 살해된 적은 거의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구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 사건이 발생한 치복마을 지도자 호세 삼비도는 “우리가 의지할 곳은 나이지리아 정부군 밖에 없다”며 “군이 사건에 꼭 개입해주기를 간청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자메이카, 스위스 등에서도 보코하람 규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슬람 국가와 종교지도자들도 ‘이슬람 가르침에 어긋나는 만행’이라며 보코하람의 납치와 인신매매를 규탄했다. 모하메드 무크타르 고마 이집트 종교기금부 장관은 “보코하람의 행태는 순전히 테러일 뿐이며 이슬람과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이맘(이슬람교단의 지도자)인 칼리드 라티프 미국 뉴욕대 이슬람센터장도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도 지식 추구를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고 가르쳤음에도 보코하람은 이슬람교 가르침을 곡해해 악용한다”며 “이맘을 비롯한 전세계 무슬림은 이번 사건에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파키스탄의 여성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6)도 7일 미국 CNN 방송 등에 출연해 “납치된 소녀들은 나의 자매들이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세계가 이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4세였던 2012년 등교 중 탈레반에 피격됐던 일을 언급하며 “소녀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내 고향에서 벌어진 일과 똑같은 일이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동북부 국경도시를 습격해 수백 명을 학살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7일 밝혔다. 아흐메드 잔나 상원의원은 이날 “장갑차량과 오토바이를 탄 무장괴한들이 5일 밤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국경에 있는 마을 감보루 응갈라를 습격해 상점과 주택을 파괴했다”며 “300명 가량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주민 보호를 위해 주둔한 병력이 지난달 납치된 여학생을 구출하려고 차드호(湖) 쪽으로 북상해 재배치돼 마을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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