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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경매절차 몰랐다고 전세금 날려…” 중국동포의 조각난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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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경매절차 몰랐다고 전세금 날려…” 중국동포의 조각난 코리안 드림

입력
2017.03.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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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거주 유학생 뤼 후이씨

원룸 권리신고ㆍ배당요구 안 해

법원이 3000만원 포기로 간주

“외국인에 정보 의무제공 필요”

중국동포 뤼 후이씨가 확정일자까지 받아 놓은 전셋집 입대계약서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중국동포 뤼 후이씨가 확정일자까지 받아 놓은 전셋집 입대계약서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하루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8년 전 중국 옌볜에서 유학을 온 중국동포 뤼 후이(30)씨는 요즘 하루라도 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는 일제 때 옌볜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증조부가 태어났던 땅에서 한국과 중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어 2009년 선문대 국제관계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졸업 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귀국하지 않고 충남 아산의 한 음식점에 취업,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대학원 진학과 전공과 관련된 직장을 찾기 위해 한국에 눌러앉은 그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3,000만원으로 2015년 8월 천안시 성황동의 한 원룸 전셋집을 얻었다.

하지만 전 집주인이 사업실패로 6층짜리 원룸 건물이 경매로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그의 꿈은 1년 반 만에 산산조각 났다.

지난달 중순 원룸에 낯선 사람이 찾아와 “원룸을 경매로 구입한 새 주인이니 전세금을 다시 내고 살거나 퇴거하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전세 계약한 다음날 천안시에 외국인등록과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 놓아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 줄 알았던 그에게 새 주인의 요구는 청천벽력 같았다.

법원경매는 이해관계인이 권리주장과 배당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은 내국인 세입자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길거리에 나 앉을 상황에 놓인 뤼씨는 대전지법 천안지원을 찾아가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매집행관이 건물마다 배당 신청 통지서를 붙여놓았으나 뤼씨가 법원에 배당신청을 하지 않아 배당자 명단에서 빠져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에 “배당신청 통지와 경매안내문을 전혀 받아보지 못했다”며 “전세계약 직후 확정일자와 외국인 등록을 마쳐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 줄 알았다”고 항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경매관계자로부터 “법대로 했으니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뤼씨는 “법원이 경매진행 사실을 한번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외국인인 내가 무슨 수로 알 수 있느냐”며 “한국에 살면서 세금 내고 법 지키며 살았는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뤼씨 뿐만이 아니었다.

원룸세입자 30여명 가운데 몽골유학생 1명과 중국인 근로자 2명 등 3명의 외국인이 그처럼 월세보증금과 전세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천안지원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인 세입자가 경매절차에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배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의 현황조사, 현장방문, 임차인여부 등은 안내차원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중부 김동준 대표변호사는 “외국인 부동산거래가 증가추세”라며 “우리의 법체계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보제공을 의무화 하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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