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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 투자 올스톱…지금보다 4~5년 후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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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 투자 올스톱…지금보다 4~5년 후가 문제

입력
2017.08.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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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창업주 반도체 사업 진출

이건희 회장 메모리 시장 평정

9조 하만 인수 등 모두 총수 작품

작년 갤럭시노트7 단조 결정도

이재용 부회장 의지 없이 불가능

총수 부재 장기화 땐 위기 우려

지난해 10월 초 삼성전자는 출시한 지 두 달도 안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했다. 배터리 발화 위험으로 논란이 커지자 리콜에 이어 아예 단종 결정까지 내렸다. 어렵게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 하락은 제쳐두더라도 단종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무려 7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당시 재계에선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인 기업들이 손으로 꼽히는 국내 현실에서 7조원의 손실은 어떤 전문경영인도 감수할 수 없는 규모였다”며 “단종 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에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조치”란 반응을 보였다. 과감한 결정은 삼성 스마트폰 신뢰 회복의 발판이 됐고, 절치부심 끝에 올해 초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8는 한 단계 진화한 품질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첫 선을 보인 갤럭시노트8도 전작의 아픔을 씻어내고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79년간 삼성은 수많은 변화를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 주요 변곡점에는 항상 총수의 결단과 이에 따른 빠른 실행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죄 판결로 인한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삼성이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다.

세계 최강 반도체 기업 인텔을 24년 만에 왕좌에서 끌어 내린 삼성 반도체의 출발은 1974년 이건희 회장이 자비로 인수한 부품 기업 한국반도체였다. TV도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던 1983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도쿄 선언’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하자 ‘도박’, ‘무모한 도전’ 등의 우려가 쏟아졌지만 삼성은 20년도 안돼 메모리 시장을 평정했다. 세계 최대 평택반도체 공장 건립, 2014년 말 방산ㆍ화학 계열사 일제 매각, 9조4,000억원짜리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은 총수 결단의 대표적 사례들로 평가 받는다.

현재 삼성은 총수의 장기간 부재에, 그룹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돼 사실상 계열사들의 각자도생 체제가 됐다. ‘이사회 중심의 독자경영’ 체제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과감한 투자가 불가능해 현상유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점 때문에 삼성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지금 나타나는 성과는 최소 4~5년 전 내려진 투자의 결실”이라며 “총수 부재가 장기화하면 4~5년 후 어떤 위기가 찾아올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대합실에 설치된 삼성전자 TV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대합실에 설치된 삼성전자 TV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사업 재편 등은 다소 늦춰지더라도 당장 문제가 없다는 게 재계 분석이지만, 삼성의 뼈대인 정보기술(IT) 분야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다.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글 애플 아마존 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IT 공룡기업들은 1~2개월에 하나씩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고 있지만 삼성은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 실적이 없다.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해외 자본도 삼성에겐 불안 요인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상급심이 남아있고,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워낙 좋아 당장 해외 연기금 등이 투자를 회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문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과 배당확대를 이끌어내는 승리를 맛봤다”며 “우리는 경영권 보호보다 견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삼성의 위기를 틈타 해외 자본이 공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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