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맹하경 기자

등록 : 2017.10.11 04:40

“같이 가실 분…” 자살 부추기는 인터넷 정보 급증

등록 : 2017.10.11 04:40

#1.

인터넷 카페ㆍ블로그ㆍSNS로

자살 방법 글 올리고 도구 판매

#2.

지난해 3배 늘어 1786건 적발

삭제 등 시정조치 276건에 불과

‘자살’ 단어 피해 단속망 벗어나

공감대 형성되는 공간 차단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포털사이트 인터넷 카페에 ‘이제 고백합니다’라는 이름의 게시공간이 있다. 이곳 실린 ‘혼자서는 용기가 안 난다’는 제목의 글은 심각했다.

“뛰어내릴 용기는 나지 않는다, 집에만 있다, 인터넷이 아니면 소통할 사람도 전혀 없다, 이렇게 사는 게 지친다”는 심경 고백이 이어진 후 “제 카카오톡 아이디는 OOO입니다, 같이 가실 분 연락주세요”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살을 부추기는 콘텐츠라고 판단해 포털의 협조를 얻어 삭제한 게시글 중 일부다. 본인의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를 공개하면서 동반자살을 모집하는 이와 유사한 글을 비롯해 자살을 조장하는 온라인 불법정보가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카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적극적 대책이 요구된다.

10일 방심위로부터 받은 2012~16년 온라인 불법정보 적발 건수에 따르면 2012년 545건이었던 자살조장 콘텐츠는 지난해 1,786건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방심위는 ▦도박 ▦불법 식ㆍ의약품(마약류 포함) ▦성매매ㆍ음란 등 총 9개 유형의 정보를 단속하는 데 그 중 ▦자살조장 관련 적발 건수의 2012년 대비 증가율(230%)은 ▦불법 개인정보 거래(510%) ▦성매매ㆍ음란(47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9개 유형 전체 증가율(18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난 5년간 자살조장을 이유로 단속된 글을 분석해보면 동반자살을 시도할 사람을 구하거나 자살 방법을 안내하는 글, 독극물 등 자살 도구를 판매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동반자살 모집 사례에는 모바일 메신저 아이디나 같은 종류의 글을 한데 모아볼 수 있는 SNS 기능 ‘해시태그(#)’ 뒤에 ‘동반자살’을 붙이는 식의 유형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고통 없이 가는 법’ 등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적은 글도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자살조장 정보 적발 건수는 2012년 545건에서 2013년 364건으로 줄었다가 2014년(383건), 2015년(511건) 다시 늘더니 지난해 1,786건으로 폭증했는데, 그 이유가 당국의 적발 강화에 있어 실제 유포되는 정보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관계자는 “전국 15개 지역 경찰청에서 사이버범죄를 감시하는 누리캅스 요원 8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특정 시기마다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는 주제를 정한다”며 “지난해 자살조장 불법정보가 사회적으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방심위로 전달되는 건수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발된 콘텐츠는 방심위의 심의를 거쳐 콘텐츠 삭제, 이용자 접속 차단 등의 시정조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적발건수 1,786건 중 시정조치가 내려진 건 276건에 그쳤다. 방심위 측은 “자살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심의 대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신세한탄 수준의 글은 시정조치를 하지 않아 실제 시정된 글은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정조치가 내려진 정보만보면 올해 들어 사정이 더 심각하다. 1분기에만 자살조장 콘텐츠로 판단돼 시정조치가 내려진 건수가 317건으로 지난해 한해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특정 용어가 들어갈 경우 심의를 하는 식의 단편적 접근방식보다는 자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공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이라는 방대한 공간에 있는 글 하나가 최악의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볼 순 없다”며 “지속해서 비관적 심리를 강화하는 커뮤니티를 차단해 교류를 막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상담이나 치료의 공간으로 끌어오는 게 더 의미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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