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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알린 매크로… 은밀한 문의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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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알린 매크로… 은밀한 문의 봇물

입력
2018.04.20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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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댓글 조작으로 인지도 올라

일주일 새 제작 주문 부쩍 늘어

매크로 전문 업체 아닌 곳에도

“특정 검색어 띄울수 있나” 요구

제작 판매 사용이 불법 아니지만

통신망 운영ㆍ업무 방해 땐 처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규모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일하는 이영택(26)씨는 18일 회사 홈페이지의 제작의뢰 페이지를 열어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16~18일 단 3일 사이 3건이나 왔기 때문. 신규 프로그램 개발을 주 업무로 하면서 소일거리로 애플리케이션이나 개인용 프로그램을 맞춤형 제작해주는 이씨에게 지난해 입사 후 매크로 제작 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의뢰인들이 워낙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사용처도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아 댓글 조작을 위한 것인지 다른 용도인지 모르겠다”라면서도 “우리 회사처럼 여러 업무를 하는 업체가 이 정도면 매크로 프로그램 전문업체엔 의뢰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거나 주문 제작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서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공감 수를 조작했단 사실이 13일 처음 알려지면서 일주일 사이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같은 작업을 반복할 수 있게 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예전에도 티켓 예매, 주식 자동매매, 단체쪽지 발송 등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지만, 오용될 경우 여론 왜곡, 서버 교란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가 이용한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방식인 ‘여러 아이디로 순차적으로 접속해 반복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고 인터넷에 광고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A씨는 “이번 주에만 ‘어떤 단어를 검색했을 때 특정 추천 검색어가 뜨게 하는 게 가능하냐’는 문의를 두 번 받았다”라며 “기존 블로그 광고 외에도 더 다양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고 했다.

개인용 매크로 프로그램을 취급하지 않는 업체에 제작 문의를 하는 난감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본 업무와 무관하게, 검색창에 ‘매크로’를 검색하고 찾아와 무작정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기업 대상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W사 관계자는 “댓글 조작, 게시판 도배 등을 위한 개인용 매크로 프로그램 의뢰는 거의 오지 않았는데, 이번 주 제작 문의가 들어와 단칼에 거절했다”라며 “제작 의뢰 자체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업무 외 시간에 카카오톡 등으로 본인을 숨기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골치 아프다”고 토로했다.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 판매나 사용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이를 사용해 통신망의 운영을 방해하거나 업무 방해를 초래할 경우 처벌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이트 서버에 문제를 초래해선 안 된단 얘기다. 드루킹 김씨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네이버 댓글 순위 선정을 방해하면 업무방해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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