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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금고 신한은행… ‘우리은행 104년 독점’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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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금고 신한은행… ‘우리은행 104년 독점’ 깨졌다

입력
2018.05.0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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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

연 32조 규모 4년간 관리

일반ㆍ특별회계 등 ‘입출금식’

2금고 운영엔 우리은행 지정

1915년부터 104년 간 이어져온 우리은행의 서울시금고 운영 독점이 깨졌다. 신한은행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올해 예산 34조원)의 ‘제1금고지기’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기금 관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1ㆍ2금고로 나뉘어져 입찰이 진행됐는데, 핵심인 32조원 규모의 1금고 자리를 신한은행이 꿰찼다. 우리은행은 2조원 안팎의 돈을 관리하는 2금고 은행이 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서울시는 3일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 우선협상 대상 은행으로 신한은행을 선정했다. 2금고는 우리은행이 차지했다. 시금고는 일반ㆍ특별회계(31조8,141억원)를 관리하는 제1금고와 성평등기금, 식품진흥기금 같은 특정목적기금(2조2,529억원)을 관리하는 제2금고로 나뉜다. 1금고는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입출금통장 역할을, 2금고는 일정기간 돈을 묵혀두는 정기예금 성격이 강하다. 신한과 우리은행은 이달 중 서울시와 최종 약정을 체결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새로운 은행이 제1금고로 선정됨에 따라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에는 신한ㆍ우리은행 이외에도 KB국민ㆍKEB하나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모두 도전장을 낼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최대 지자체 금고지기’라는 명예와 함께 어렵지 않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1금고를 담당하면 서울시 25개구 주거래은행이 되기도 쉬운 구조다. 1만 8,000명이 넘는 서울시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등 부수적인 이점도 크다.

신한은행은 경쟁자 중 가장 의지가 강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과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신한은행은 개인그룹 안에 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기관영업그룹으로 확대개편하고 ‘영업통’인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장으로 임명하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서울시금고에 도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서울시 1금고 운영권을 따내려 거액의 출연금을 내놓고 장외 (로비)활동을 많이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당초 우리은행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던 전산시스템 부문에서 신한은행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의위는 평가항목(100점 만점) 가운데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능력’에 기존 5점보다 높은 7점을 배점, 경쟁 은행 간 차별성이 적은 다른 지표에 비해 당락에 큰 결정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1금고 자리를 뺏은 신한은행은 매우 고무된 모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서울시금고를 준비를 해온 노력과 20여개 지자체 금고 운영한 경험이 이번 1금고 선정의 바탕이 된 것”이라며 “서울시와 협력을 통해 완벽한 1금고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고배를 마신 우리은행은 할말을 잃은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서울시 자금관리를 맡아 왔다. 시금고는 줄곧 수의계약으로 선정되다 2011년부터 공개입찰로 바뀌었지만 이후에도 금고 관리인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그간 “세수가 크고 항목도 수천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자금 관리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1ㆍ2금고를 한 은행과 거래해 왔다. 하지만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복수 은행 체제가 아닌 곳은 서울시가 유일해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올해 공모부터 각 금고를 분리해 입찰을 진행한 것도, 핵심 금고 은행을 바꾼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시금고 유치가 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출연금,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장가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점, 기관장과 이면계약 우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날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대출ㆍ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와 시 협력사업 등 5개 분야 18개 세부 항목으로 은행을 평가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신한은행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한은행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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