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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경영권 승계 도움 바라고 정유라 승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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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경영권 승계 도움 바라고 정유라 승마 지원”

입력
2017.08.2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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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이 적극적으로 지원 요구

李는 정권 실세 딸 관련 사실 알아

朴ㆍ최순실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국정운영에도 崔관여 ‘경제공동체’ 따질 필요도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목적’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관계’, ‘이 부회장이 최씨를 인지하고 지원 지시를 한 사실’을 모두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하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한 행위를 모두 뇌물로 봤다.

가장 큰 쟁점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이 필요했는지, 이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현안을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는지 여부였다. 이 부회장은 뇌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경영권 승계작업’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만들어 낸 ‘가공의 프레임’일뿐 주요 현안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폈고, 특검은 이를 뇌물공여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봤다. 법원은 개별 현안을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청탁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특검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5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지만,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지원요구에 응해 뇌물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합병으로 인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점을 꼽았다. 재판부는 “금융ㆍ감독기관 전문가들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이 부회장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경제공동체로 판단할 필요 없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점도 이 부회장의 혐의를 보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로부터 삼성의 승마지원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전달 받았던 점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공무원과 일반인이 뇌물수수를 공모해 일반인이 뇌물을 받았다면 이는 공무원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오래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맺었고, 대통령 취임 후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최씨의 관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등 재판 일지
이재용 등 재판 일지

최씨 딸 승마지원 사실 및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유ㆍ무죄를 가른 핵심쟁점이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최씨 딸에 대한 지원’이라는 프레임을 이 부회장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이 부회장은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야 최씨 모녀를 알게 됐다”고 맞섰다. 또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지원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선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방어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 측근이라는 다수 언론보도를 통해 2014년 12월 무렵에는 승마지원 요구가 정권실세의 딸과 관련돼있음을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던 점 ▦이 부회장이 승마지원에 관한 포괄적인 지시를 하며 지원 경위를 보고 받고 확인한 점을 근거로 이 부회장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삼성의 승마지원금 대부분이 뇌물액수로 인정됐다.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행위도 이 부회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심증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의사결정 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이 부회장 지시 없이 16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신속하게 지원해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판결은 뇌물을 주고 받는 구조, 범행 동기 구성과 관련해 미르ㆍK스포츠 출연금 지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특검 논리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명시적 청탁은 없었다고 보면서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만큼 항소심에선 이 부분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삼성 측이 선고 직후 크게 반발한 것도 재판부가 확실한 물증이 없는데도 정황증거에 지나치게 무게를 뒀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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