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기 위해 부디 섭씨 2도를 지켜주세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서는 수십만명이 기후 변화 대응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총회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는 방안을 논의하는데, 시민들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 두 차례의 합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 말로 전지구적 차원의 공동 대책을 마련해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주최한 국제시민연대 네트워크 ‘아바즈’에 따르면 이날 175개국 주요 도시에서는 2,300여개의 기후변화 총회 관련 집회ㆍ시위가 벌어졌다. 아바즈 측은 “환경보호 시위가 이토록 크게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전세계에서 68만3,0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 개최지이자 지난 13일 테러 발생 이후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프랑스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시위를 금지했지만, 시민들은 다양한 형태로 기후변화 대응 촉구 행사를 벌이고 있다. 29일 오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운동화와 구두, 부츠 등 각국에서 보내 온 신발이 광장에 전시됐는데 이는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가 시위와 행진을 금지하자 환경운동가들이 ‘걷고 싶다’는 항의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신발들 가운데는 교황청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보낸 신발 두 켤레도 포함됐다. 주최 측은 “모인 신발의 무게는 4톤이 넘는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교황청이 신발 한 켤레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파리에 모인 시위대는 이날 오후 직접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고 “국가비상사태, 경찰국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에 맞섰다. 일부 시위대는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놓여진 꽃과 촛불을 훼손하면서까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이러한 시위대원에 최루가스를 발사하는 등 진압에 나서며 시위대원 208명을 체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현지 일간 르피가로에 “질서를 교란하는 이들의 행동에 분노한다”면서 “테러범의 총알에 쓰러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초와 꽃이 있던 광장에서 이 일이 벌어져 더욱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당초 프랑스 환경운동가들이 계획했던 ‘기후 변화 행동 촉구’ 행진은 파리 테러로 인해 취소됐지만, 이를 대신해 4,000명의 시민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약 3㎞에 걸친 인간띠를 이으며 각국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과 런던, 캐나다, 스페인, 예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기후변화협약 타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영국 런던에서만 5만 여명이 행진에 나서는가 하면, 독일 베를린에서 1만명,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5,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미국 뉴욕에는 ‘북극 얼음이 녹아 성탄절이 취소될 지경’이라는 플래카드가 등장했고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거리 행진이 진행됐다. 영국 런던에서는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생명체인 북극곰과 꿀벌, 열대어 등의 모습을 본 딴 의상을 입은 시위대가 기후 변화로 숨진 생명체들을 형상화해 거리에 눕는 시위를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 영화배우 엠마 톰슨, 록밴드 제네시스의 리더 피터 가브리엘 등 유명인들도 영국서 시위대들과 함께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이날 클로버 무어 시드니 시장을 비롯 4만5,000여명 시민이 모여 오페라 하우스를 향해 행진했다. 2009년 기후변화 총회를 개최했던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5,000여명 시민들이 ‘실패를 딛고 더 나은 결과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다.
아바즈의 엠마 루비 작스 대표는 “수십만명의 지구촌 이웃들이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100% 깨끗한 에너지로 운영되는 미래를 가져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며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진 이들의 귀청이 떨어질 듯 한 큰 목소리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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