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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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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5.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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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릴레오

강지영 글·그림

느림보 발행ㆍ36쪽ㆍ1만2,000원

네모뿐인 세상에 동그란 열기구가 떴다. 우리는 한 자리에 박혀 오도 가도 못하는 수많은 사각형 중 하나일까. 느림보 제공
네모뿐인 세상에 동그란 열기구가 떴다. 우리는 한 자리에 박혀 오도 가도 못하는 수많은 사각형 중 하나일까. 느림보 제공

세상이 빨리 변하는 것 같아도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인식의 변화는 고약하게 느리고 더디기만 하다.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들이 이 견고한 벽을 깨뜨리기 위해 일생을 바치기도 했다. 17세기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가 신성모독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던 것처럼 세상 다수의 시각을 넘어서는 일에는 오랜 투쟁이 필요하다.

네모난 세상에서 사는 네모 고양이 알릴레오는 창 밖 하늘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신기한 것’을 본다. 알릴레오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상은 네모이고 네모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네모난 사람들은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알릴레오는 처음 보는 동그란 고양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따라 가니 ‘신기한 것’이 거기 있다. 독자는 그것이 기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아이와 알릴레오는 기구를 함께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네모로만 보였던 세상은 수많은 네모들이 모여 하나의 붉고 둥근 구의 모습이다. 둘은 내친 김에 파란별로 모험을 떠나간다. 파란별에는 세모난 사람들이 네모난 별사람들처럼 살고 있다. 모두들 당연히 세상은 세모이고 세모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멀리서 보면 모든 별들은 둥근데도 말이다. 저 멀리 초록별이 반짝이며 손짓한다.

서태지의 아트디렉터라는 독특한 경력을 지닌 강지영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실크스크린은 강렬한 시각적 효과 때문에 상업미술이나 팝아트에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다. 사회적인 통념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담기에 적절하다.

우리는 한 자리에 박혀 오도 가도 못하는 수많은 사각형이나 삼각형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통념에 순응하다 자신의 진실로부터 멀어진 것은 아닐까.

비록 작은 의구심으로 시작된 탐구는 진실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 강을 이루고 넓은 바다에 다다른다.

여전히 세상에는 붉고 네모난 사람들과 푸르고 세모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먼 별나라 사람들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도형들도 맞물려 모이면 둥근 원이 될 수 있고, 둥근 원은 구를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소윤경ㆍ그림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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