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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복조차 없지만… “지영아~ 신드롬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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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복조차 없지만… “지영아~ 신드롬 기대하세요”

입력
2018.08.09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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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메달 노리는 여자 카바디

전용 연습실도 없는 비인기 종목

예산 없어 정원도 못 채우고

대학 유도 연습실 빌려 구슬땀

줄부상이 훈장일 정도의 열정

올해 6개국 친선대회 우승

“여자 컬링처럼 깜짝 인기 기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을 열흘 앞둔 8일 부산 동아대 유도 연습실에선 카바디 여자 국가대표 11명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날리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더 많은 땀을 쏟아내고 있다. 주장이자 투톱 에이스인 김지영(25)ㆍ우희준(24)을 필두로 경험 많은 플레잉 코치 조현아(30)부터 막내 박민경(20)까지 “이번만큼은 아시안게임 카바디 여자부에서 첫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하나가 됐다.

대표팀은 2016년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우승, 2017년 여자선수권대회 준우승을 했다. 올해 4월 대만서 열린 6개국(태국ㆍ대만ㆍ일본ㆍ인니ㆍ홍콩ㆍ한국) 친선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기세가 대단하다. 하지만 유독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은커녕 단 한번의 승리도 없다. 대회 3개월 전 부랴부랴 팀을 꾸려 출전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예선 2게임(방글라데시ㆍ인도)에서 전패 탈락했고, 2014년 인천 안방에서도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선수 전원에게 절실한 이유다.

8일 오후 부산 동아대 하단캠퍼스 예술체육대학 유도실에서 진행된 한국 여자 카바디 대표팀 훈련에서 공격수 김희정(흰색 유니폼)이 수비수를 피해 빠져 나오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8일 오후 부산 동아대 하단캠퍼스 예술체육대학 유도실에서 진행된 한국 여자 카바디 대표팀 훈련에서 공격수 김희정(흰색 유니폼)이 수비수를 피해 빠져 나오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비인기 종목인 만큼 대회 출전 전부터 서러운 일도 많다. 여자 카바디팀은 팀당 12명씩 나갈 수 있음에도 대한체육회의 예산 문제로 출전 인원 감축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번 대회에 11명만 파견한다.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단식에는 참석하지도 못했다. 결단식에 입고 갈 국가대표 단복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바디협회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인데, 준가맹 단체에게는 단복이 지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과 코치들끼리 조촐하게 자체 결단식을 치렀다.

조현아는 “같은 국가대표인데 왜 이런 대우를 받는지 서러웠다”고 털어놨다. 대회를 앞두고도 전용 훈련장이 없어 다른 종목연습장을 빌려 사용하는 실정이다. 카바디는 서울 태릉 선수촌이나 진천에서 훈련하지 않는 ‘촌외 종목’이다. 훈련 때는 국가대표 유니폼이 아닌, 개인 운동복을 입는다. 격렬한 몸싸움 중에 행여나 하나뿐인 유니폼이 찢어질까 우려해서다.

선수 개개인의 사정도 편치 않다. 공ㆍ수 베테랑 김희정(25)의 경우 국가대표 훈련 수당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2014년 인천대회 직후 스피닝 강사로 ‘투잡’까지 뛰었다. 발목 골절(박지이), 인대 파열(신소민), 양 무릎 수술(이현정), 오른팔 골절(우희준) 등의 줄부상은 오히려 훈장으로 여겨질 정도다. 특히 지난해 4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예산 문제를 겪으면서 카바디가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아시안 게임 하나만을 바라보고 온갖 힘든 훈련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카바디에 대한 열정과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털어내지 못한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이들을 더욱 똘똘 뭉치게 했다. 조현아는 “지난 8년간 흘린 땀과 눈물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부산 동아대 하단캠퍼스 예술체육대학 유도실에서 우희준이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8일 오후 부산 동아대 하단캠퍼스 예술체육대학 유도실에서 우희준이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대부분이 대학생 신분으로, 학교 카바디 동아리에서 활동 하다 여기까지 왔다. 우희준의 경우, 3년 전 인도 여행을 하다 우연히 접한 카바다의 매력에 빠지는 바람에 국내 유일 카바디팀이 있는 부산에 정착했다. 당시 조현아는 “워낙 격한 종목이라, ‘길어야 1주일이면 지쳐 집에 돌아가겠지’ 생각했는데 아예 눌러 앉더라고요. 그러더니 금세 우리팀 에이스로 자리 잡았죠”라고 회상했다.

8일 오후 부산 동아대 하단캠퍼스 예술체육대학 유도실에서 한국 여자 카바디 대표팀 조현아(흰색 유니폼)가 몸싸움을 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8일 오후 부산 동아대 하단캠퍼스 예술체육대학 유도실에서 한국 여자 카바디 대표팀 조현아(흰색 유니폼)가 몸싸움을 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팀이 ‘영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듯, 카바디 대표팀은 에이스 김지영의 이름인 ‘지영아~’ 신드롬을 일으켜볼 생각이다. 승승장구 중인 최근 기세를 몰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최강 인도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014년 당시 분루를 쏟았던 경험 많은 멤버가 6명이나 대표팀에 남았고, 친선 경기를 통해 신-구간 팀워크도 충분히 다졌다.

다만, 이번 대회부터 체중 제한이 여자부의 경우 기존 70㎏ 이하에서 75㎏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는 점이 변수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체중은 대부분 50㎏ 후반~60㎏ 초반인데 반해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선수들은 10㎏ 이상 무거워 몸싸움에 훨씬 유리하다. 여기에 ‘수비 사령관’ 격인 윤유리가 인대 부상과 선수단 축소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수비 불안감도 커졌다. 대표팀은 그러나 한발 더 뛰고 한번 더 움직여 불리한 요소들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김지영은 “2016년 남자 세계카바디월드컵 개막전에서 한국이 최강 인도를 제압하며 파란을 일으켰다”면서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한다면 여자부도 불가능할 리 없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부산=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2018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카바디 여자대표팀. 뒷줄 왼쪽부터 이현정 박민경 김지영 우희준 최다혜. 앞줄 왼쪽부터 임재원 홍혜민 김희정 박지이 조현아 신소민. 대한카바디협회 제공.
2018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카바디 여자대표팀. 뒷줄 왼쪽부터 이현정 박민경 김지영 우희준 최다혜. 앞줄 왼쪽부터 임재원 홍혜민 김희정 박지이 조현아 신소민. 대한카바디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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