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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의 정신 건강

입력
2016.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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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건강 문제가 줄곧 이슈였다. 도널드 트럼프(69)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로널드 레이건을 제치고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그는 무자비한 막말 탓에 심리 상태가 불안하고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일지 모른다는 언론 비판에 시달렸다. 역시 고령인 힐러리 클리턴(68) 민주당 후보는 9ㆍ11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 이후 공화당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진영은 2012년 뇌진탕으로 뇌를 다쳐 실어증을 앓고 있다며 힐러리의 정신 건강까지 문제삼았다.

▦ 한국에서도 74세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한 DJ의 건강이 우려를 샀다. 그가 책상에 적어 놓은 ‘대통령 수칙’에는 ‘정신 건강과 건전한 판단력 견지해야’라는 구절이 있었다. 다행히 DJ는 별 탈 없이 직무를 마쳤다. 2005년 10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이 염려된다며 정신 감정을 하자고 주장해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못 지켰다는 비판 여론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 휴브리스(Hubris)는 아놀드 토인비가 자주 사용한 용어. 그는 “한번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그 성공에 자만해 추종자에게 복종만 요구하며,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지적ㆍ도덕적 균형을 상실하고 판단력을 잃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 영국 외무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오웬은 한 때 성공했던 정치인이 휴브리스 신드롬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대통령 후보의 정신 건강을 사전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지에 크게 신경 쓰고 여론보다 역사의 평가를 앞세우는 지도자를 경계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놓고 대인관계 장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젊어서 부모를 총탄에 보낸 트라우마, 신군부의 배신과 18년의 격리 생활이 자신만의 견고한 성에 갇혀 민의에 눈과 귀를 닫게 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심각한 갈등사회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유연한 리더십과 공감 능력은 대통령의 필수조건이다. 박 대통령은 장관 대면보고는 물론 정책 성과를 공유하는 기자회견도 싫어한다. 신체 건강은 눈에 보여도 정신 상태를 들여다보긴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의 정신 건강을 미리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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