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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도에서 내소사까지 볼거리ㆍ먹거리 한 가득

입력
2017.06.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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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면 걸어갈 수 있는 '솔섬'. 해가 저무는 바닷가에서 봤을 때 가장 아름답다.
썰물이면 걸어갈 수 있는 '솔섬'. 해가 저무는 바닷가에서 봤을 때 가장 아름답다.

문의: 안녕하세요 원근씨. 주말에 무심코 라디오를 듣는데 이원근 여행작가가 나오더라고요. ‘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 기사를 매번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반가웠습니다. 방송에서 변산반도에 대해 말씀하시던데, 원근씨 때문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부모님을 모시고 1박2일로 가려고 합니다. 코스 좀 짜주세요~

답변: 제 글을 매번 읽고, 제가 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신 분이라니 저도 참 신기하네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럼 변산반도 코스를 짜드릴게요!

변산의 변은 ‘가 변(邊)’자 입니다. 즉 변산은 국토의 끝, 가장자리에 있는 산을 말합니다. 변산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내려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군산에 내려 군산을 관광한 후 세계 최대의 새만금방조제를 건너서 가시면 바로 도착합니다.

변산반도에서 제일 먼저 소개해드릴 곳은 채석강입니다.

퇴적층이 파도에 깎인 모습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하다.
퇴적층이 파도에 깎인 모습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하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이 바닷가에 형성돼 있는 곳입니다. 해식절벽이라고도 하는데 파도로 인해 퇴적암이 마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층이 나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물에 뛰어들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한 풍광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8,900년 전 이곳은 호수였다고 합니다. 호수 속 퇴적암이 융기하면서 파도에 부딪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높이는 20m 조금 안 됩니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엔 채석강에서 해수욕도 가능합니다. 채석강 옆엔 ‘적벽강’이라고 비슷한 풍광에 붉은 색을 띤 절벽이 있습니다. 이곳도 중국 적벽강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둘째로, ‘하섬’이라고 있는데, 밀물과 썰물 때 육지와 연결되었다 떨어졌다 하는 곳입니다. 물에 빠졌을 땐 신비의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하섬을 들어가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천년 고찰 ‘내소사’를 소개해 드릴게요. 몇 년 전에 누가 지었느니 하는 말은 기억도 힘드니 볼거리 딱 4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가는 전나무숲길입니다. 쭉쭉 뻗은 전나무숲길로 들어가는 풍광이 일품입니다. 둘째는 내소사 대웅보전에 있는 꽃창살입니다. 대웅보전은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만 깎아 만든 건물인데, 단순히 대웅보전의 위용만 보고 감탄하지 마시고 꽃창살의 매력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자세히 보면 꽃 모양들이 모두 달라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는 대웅보전의 전설과 관련이 있습니다. 옛날 한 스님이 대웅보전을 지을 계획이었는데, 목수가 없어서 고민을 했답니다. 고민하는 스님에게 한 목수가 나타나 자신이 짓게 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스님은 반가워서 바로 허락했는데, 목수가 건물을 지을 생각은 않고 3년 동안 나무만 자르는 겁니다. 이를 이상하게 본 동자승이 엄청나게 쌓인 나무더미 속에서 나무조각 하나를 숨겼습니다. 3년이 지나고 이제서야 건물을 지으려던 목수가 나무를 정리하는데 이상하게 하나가 비어 있는 겁니다. 그걸 안 목수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여 절을 지을 재량이 안 된다고 스님한테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동자승은 이실직고하고 나무를 주며 지어달라고 사정사정했답니다. 목수는 그 나무 하나를 빼고 짓겠다고 해서 지은 건물이 대웅보전입니다. 실제로 대웅보전 안에는 나무조각 하나가 빠진 자리가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될 겁니다.

다른 전설은 단청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웅보전을 다 짓고 ‘단청을 어떻게 그릴까’ 스님이 고민에 빠져있는데, 한 사람이 “제가 그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은 겁니다. 물론 스님은 허락했는데, 화공은 백일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말고, 무엇을 하는지도 엿보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그 동자승이 99일째 슬쩍 문에 구멍을 내고 엿본 것입니다. 동자승의 눈에는 금빛 새 한 마리가 온몸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놀라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깜짝 놀란 동자승과 눈을 마주친 금빛 새는 그 길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완성하지 못한 단청이 아직까지 빈자리로 남아있으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소사 일주문부터 대웅보전까지 가는 전나무숲길. 쭉쭉 뻗은 나무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내소사 일주문부터 대웅보전까지 가는 전나무숲길. 쭉쭉 뻗은 나무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내소사 대웅보전 꽃창살
내소사 대웅보전 꽃창살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변산의 바다입니다. 변산 바다는 뻘이 아닌 곳이 많아 밀물과 썰물에도 물이 탁하지 않고 맑습니다. 따라서 해수욕할 곳도 많습니다. 해송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대표적으로 변산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녹두, 인삼 등이 들어간 바지락 죽, 보기만 해도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녹두, 인삼 등이 들어간 바지락 죽, 보기만 해도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엔 여행의 별미인 음식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변산은 오래 전부터 ‘바지락죽’과 ‘무침’이 유명합니다. 바지락이 유명한 이유는 의외로 온천 때문입니다. ‘변산온천’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바지락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자연히 온천 근처에 유명한 바지락 음식점이 많습니다. 이곳 바지락이 특이한 점은 해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그만큼 육질이 더 좋다고 합니다. 바지락죽엔 녹두, 인삼 등을 들어서 몸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자들도 직접 찾아와서 먹었다는 변산반도 백합
부자들도 직접 찾아와서 먹었다는 변산반도 백합

백합요리 또한 유명합니다. 예전 돈 좀 있다는 부자들이 백합을 먹으러 변산에 왔을 정도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현재도 한 상에 10만원 넘는 곳이 있습니다. ‘한 상 세트’엔 백합탕과 호일에 맛깔스럽게 싼 백합구이가 나옵니다.

부안에서 제가 자주 가는 식당은 부안군청 인근 상설시장에 있습니다. 이곳엔 조그만 횟집과 매운탕을 파는 식당들이 몇 곳 있는데, 특이한 점이 무슨 매운탕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보통 ‘OO매운탕’이라고 메뉴판에 적혀있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무슨 물고기가 매운탕으로 나올 지 물어봐야 합니다. 그날 잡힌 물고기로 바로 매운탕을 끓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대째 운영하는 현대수산횟집. 무나 천사채를 깔지 않고 오로지 회만 올려준다.
3대째 운영하는 현대수산횟집. 무나 천사채를 깔지 않고 오로지 회만 올려준다.

또 한 곳은 계화도라는 조그만 섬에 있습니다. 계화도는 대대로 어부였던 분들이 사는 곳으로 지금은 방조제로 연결돼 육지가 된 곳입니다. 지금도 당시 횟집이 몇 곳 남아있는데 ‘현대수산횟집’은 3대를 이어온 식당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듬성듬성 크게 썰어주며, 접시에 무나 천사채 없이 오로지 회만 쌓아 올려줍니다.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도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볼 거리가 있는 곳이 변산반도입니다. 솔섬 낙조, 월명암, 내변산 직소폭포, 옥녀봉, 곰소 젓갈시장 등도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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