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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덕분에? 위기 넘긴 두 항공사

입력
2014.12.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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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 땅콩회항 대한항공을 통해 본 항공산업 현장 노동 인권 실태’ 좌담회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는 양 사 조종사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가 공동 주최로 참여했고, 특히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과 대한항공 조종사가 직접 나서 항공승무원의 인권 유린 및 침해사례, 일상적 노동통제 등 노동권 제약 내용을 발표 할 계획이었습니다.

사실 이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두 항공사는 “엎친 데 덮친 격”,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습니다. 혹시나 ‘외압’이라는 말이 나올까 봐 오랜 노조활동 경험을 갖고 있는 토론회 참석자들에 대해 입도 뻥긋 하지 못하며 무슨 말이 나올 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크게 부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때가 때 인지라 두려운 자리가 될 것이 뻔했던 것이죠.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취소 이유를 묻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측에서 어젯밤 늦게 공개 행사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평소 우리의 어려움을 알릴 좋은 기회지만 내부 논의를 거쳐 참여가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종사 노조는 “너무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비록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이 국민들에게 조종사, 승무원 등 항공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이 특정 개인의 부도덕함과 재벌 3,4세들의 일탈로 흐르다 보니 정작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때문에 제약을 받는 쟁의행위 문제 등은 오히려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습니다. 즉,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사건 같은 충격적 사례를 폭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땅콩 회항 사건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하면서 대한항공 현직 임원 등 관계자들과 대항항공 출신 국토교통부 직원들의 유착 등 ‘칼피아(대한항공의 약자 칼(KAL)에서 따옴)’의 실체를 밝히는 쪽으로 흘러가면서 항공 노동자의 근무 환경 및 인권 문제는 자취를 감추는 분위기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그러나 조종사, 승무원들의 근무 여건 검토와 개선 의지가 없으면 고비는 또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입증하듯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문제 의식을 전달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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