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현우 기자

등록 : 2016.02.01 20:00

올랑드, 폭력 남편 죽인 아내 철창서 꺼내다

등록 : 2016.02.01 20:00

알코올 중독자 남편의 학대와 폭력

세 딸은 근친 강간… 피해자 상징 돼

정당방위 기각에 시민 집회 줄이어

전격 사면 결정 “가족에 돌려보낼 것”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받은 자클린 소바주(가운데)가 지난해 12월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열린 항소심에서 깊은 수심에 잠겨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마지막 희망으로 남편을 살해할 수밖에 없던 여성을 삶의 끝자락에서 구원한 사람은 대통령이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현지 TV방송인 프랑스24는 31일 올랑드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다.

프랑스24는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내 최장기 수감자인 쉐나위에게 인생의 마지막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이번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선택했던 아내에게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최근 사면한 수감자는 남편을 살해하고 10년 형을 선고 받은 자클린 소바주(68). 그의 사면 결정은 2014년 38년 동안 복역한 은행강도 필리피 엘 쉐나위에 이어 두 번째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예외적인 인권상황에 직면하면서 가능한 빨리 자클린 소바주를 그들의 가족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소바주의 스토리는 올랑드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소바주는 47년 전 노버트 마로와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알코올중독자인 남편의 학대와 폭력, 세 딸들에 대한 근친강간으로 점철된 지옥이었다. 소바주는 아들이 목을 매 자살한 바로 다음날인 2012년 9월10일 끝내 마로에게 사냥용 소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소바주 재판의 쟁점은 정당방위였다. 소바주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2014년 10월 남편 살해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2015년 12월 항소심에서도 그의 주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정당방위는 공격 행위에 대한 비례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어야 한다’는 법 규정을 근거로 “수십 년 동안 반복된 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충동적인 살인을 범한 소바주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특히 소바주가 남편을 등 뒤에서 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소바주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사회는 법원 결정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들끓었다. 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살해했다가 2012년 정당방위로 무죄를 받은 알렉산드라 레인지는 현지방송에 나와 “법은 소바주를 희생자가 아닌 범죄자로 규정했다”며 “그럼 소바주가 프랑스에서 매년 남편 손에 살해당하는 118명의 여성 중 한 명이 돼야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온라인 상에서 소바주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소바주가 수감된 감옥 밖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파리 시민들은 “나는 자클린 소바주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에 따라 소바주는 프랑스 사회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상징이 됐다. 소바주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소바주의 변호인 나탈리 토마신은 “법원은 배우자의 폭행 상황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자기방어의 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바주의 딸은 법원에서 “아버지가 두려웠다. 그는 우리를 위협했다”고 진술했고, 16세 때 자신이 강간 당했다고 밝힌 다른 딸은 “마로의 죽음으로 안심했다”고 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사면권 행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소바주 석방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인권적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이번 사면을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소바주는 수감 3년만인 올해 4월 중순쯤 석방될 예정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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