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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뒤흔든 ‘귤 스캔들’의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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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뒤흔든 ‘귤 스캔들’의 전말은

입력
2017.12.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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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회원이 C회원으로부터 구입했다는 귤의 사진. 뽐뿌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회원이 C회원으로부터 구입했다는 귤의 사진. 뽐뿌 캡처

2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둔 것으로 알려진 생활 정보 공유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가 때아닌 ‘귤 스캔들’로 시끄럽다. A회원이 과장된 소개로 함량 미달의 귤을 다른 회원들에게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귤 판매는 지난 8일 ‘C**’ 회원이 이 사이트내 고민 게시판에 조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 자신의 처가가 제주도 서귀포에서 30년째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데, 고생한 만큼 값을 못 받고 있어서 회원들을 상대로 1상자(15㎏)당 2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C회원은 이 귤은 맛도 좋고,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대과(大果)가 아니라고 했다. 대과는 소과(작은 귤)에 비해 식감이 퍽퍽하고, 당도가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다. 업계에 따르면 가로 길이가 7㎝(귤 한정)를 넘는 귤은 비매용으로 분류된다. 만약 이를 팔려면 상자 앞에 ‘대과’라고 표기해야 한다. C회원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몇몇 회원이 150여 박스의 귤을 주문했고, 거래는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C회원에게 샀다는 다른 회원이 구매한 귤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이 회원은 고민 게시판에 “완전 어른 주먹보다 큰 귤이 배달돼 왔다”며 “이 정도 대과면, 완전 대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자에는 ‘대과’라는 표시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이 회원을 필두로 다른 회원들도 앞다퉈 C회원으로부터 구입했다는 귤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회원은 문제의 귤과 야구공(7.23㎝) 크기를 비교하기도 했다.

시중보다 비싼 가격도 문제였다. C회원 귤과 같은 대과는 온라인에서 보통 10~15㎏ 기준 6,000~1만원 사이에 살 수 있는데, C회원은 이보다 1만 원이나 더 비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물론 귤 가격은 ▦재배지 ▦착색 여부 ▦껍질 상태 등 기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C회원 귤은 시중보다 너무 비싸다는 게 회원들의 주장이었다.

특히 몇몇 회원들은 그가 “저질 감귤만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꾼’ 같다”며 “장인, 장모가 농사 지어 수확했다는 것도 거짓말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서귀포시 비상품감귤유통신고센터 홈페이지 캡처
서귀포시 비상품감귤유통신고센터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커지자 C회원은 당초 올렸던 글을 삭제하고, 해명 글을 올렸다. C회원은 13일 “(귤) 크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미진했던 부분을 사과 드린다”며 “믿고 주문해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고 했다. 또 “자신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실제 처가 어르신들께서 제주도에서 과수원을 하고 있다”며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달라. 문제를 해결한 뒤 커뮤니티는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정작 환불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은 회원들은 “일은 저질러 놓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거냐”, “왜 환불 이야기가 없느냐”, “(귤) 판매 뒤 탈퇴는 왜 하느냐. 진짜 무책임하다”는 등 비난 의견을 쏟아냈다. C회원이 같은 날 2번째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C회원은 14일 3번째 사과문을 올리고 “내일(14일) 자정까지 추가 2차 환불을 완료하겠다”며 “매끄럽지 못한 처리 과정이 정말 죄송하다. 빠른 대응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부족했다”고 했다. 현재 C회원은 처가의 귤 과수원과 관련해 서귀포시의 현장 조사를 받고,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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