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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통역이 전하는 ‘박항서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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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통역이 전하는 ‘박항서 매직’

입력
2018.01.26 20: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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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레 휘 콰(맨 오른쪽) 원장의 통역으로 베트남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한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콰 원장은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와 2년 임기의 계약 체결 당시부터 통역으로 뛰고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 제공
박항서 감독이 레 휘 콰(맨 오른쪽) 원장의 통역으로 베트남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한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콰 원장은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와 2년 임기의 계약 체결 당시부터 통역으로 뛰고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 제공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지난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결승전에 오르면서 그 성과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병술 등 전략전술 이야기가 없진 않지만, 현지 분위기는 박 감독의 지도력(mastermind)에 집중되고 있다. ‘근엄한’ 외모와 달리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듯한 힘’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베트남축구협회가 박 감독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통역을 맡고 있는 레 휘 콰 가나다어학당 원장이 지난 4개월 동안 본보에 전한 이야기와 그가 현지 언론에 밝힌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박 감독과 선수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박 감독의 입이자 귀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선전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지도력이다. 환갑이 다 된 감독이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다. 끊임 없이 감동을 주며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련한 지도자다. 카타르 준결승 전반전을 0대 1로 마무리한 뒤 축 처져 있을 때 ‘표정이 다들 왜 이래?’, ‘너네들 안 싸울 거야?’ ‘아직 기회가 많다’며 선수들을 일깨웠다.”

-가장 많이 통역한 말은.

“‘집중’이다. 집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싸워 이기도록 이끌었다. 자신과 싸우는 일이 곧 팀을 위해 싸우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믿게 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짧고 명료한 말에 감동을 받았다.”

호찌민시에서 한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콰 원장은 중국어를 전공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유학한 아버지 영향으로 대학을 졸업한 95년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어 실력을 쌓았다. 이후 주한 베트남대사관에서 8년간 노무관을 지냈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의 통역은 섬세한 감정 전달에도 능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감독과 선수 사이 신뢰 수준은.

“박 감독은 나이 60의 올드맨이지만, 마음만은 30이다. 항상 선수들과 같이 뛰고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한다. 그런 모습이 선수들에게 신뢰를 줬다고 본다. 지난 3개월은 선수들이 그의 말을 믿고 따르게 만드는 시간이었고, 그게 이번에 힘을 발휘했다.”

-경기 도중에 상을 당한 선수가 있었다.

“준결승전 하루 전날인 22일 저녁 떡 후이 선수 삼촌이 돌아가셨다. 박 감독은 즉각 선수를 찾아가 격려하고 뒤로는 조의금을 전달했다. 결승 진출 이후 가진 언론 인터뷰, 전체 식사 자리서 상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경기를 보여준 그를 격려하고 추켜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감독의 세심한 배려에 다른 선수들도 감동했다.”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베트남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베트남 선수들은 점심 후 한 두 시간 쉬어야 한다. 취임 초기 그런 생활습관을 모르고 오후 2, 3시에 연습을 잡으면서 선수들 사이서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민족과 지방 출신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하는 등 베트남에 잘 적응했다. 지금은 한 가족이나 다름 없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박항서 감독 통역을 맡고 있는 호찌민 가나다어학당 원장. 지난해 10월 한국일보 베트남지국을 찾았다. 들고 있는 책은 자신이 직접 쓴 한국어-베트남서 사전. 네이버 등 한국의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베트남어 온라인 사전도 콰 원장의 사전을 인용한다.
박항서 감독 통역을 맡고 있는 호찌민 가나다어학당 원장. 지난해 10월 한국일보 베트남지국을 찾았다. 들고 있는 책은 자신이 직접 쓴 한국어-베트남서 사전. 네이버 등 한국의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베트남어 온라인 사전도 콰 원장의 사전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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