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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단일팀 논의… 남북 마음 통하자 일사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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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단일팀 논의… 남북 마음 통하자 일사천리

입력
2018.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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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3일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할람스타드=AP 연합뉴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3일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할람스타드=AP 연합뉴스

스웨덴의 작은 해변 도시 할름스타드는 27년 만에 남북 탁구 단일팀이 결정된 역사적인 장소로 남게 됐다.

대한탁구협회는 3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에 참가 중인 여자대표팀이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이날 오후 5시 예정됐던 남북의 여자 단체전 8강 맞대결 없이 단일팀은 4강에 직행해 일본과 맞붙는다. 남북 탁구 단일팀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처음이다.

단일팀 명칭은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따라 ‘KOREA(COR)’로 표기한다. 다만 유니폼은 지금 당장 한반도기가 붙은 것을 구할 수 없어 각자의 것을 그대로 입는다.

단일팀 결정은 한국 대표팀 선수단장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 토마스 바이케르트(독일)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3자 회의에서 시작됐다. ITTF 재단 창립 기념회에서 치러질 남북 선수들의 연합 시범 경기 이벤트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야기 중 자연스레 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이 화두에 올랐다. 유 위원은 “대화가 이어지다 세 사람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일팀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한탁구협회는 8강전을 5시간 앞두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바이케르트 회장 역시 다른 참가국들에게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동의를 받아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

대한탁구협회는 평창올림픽 당시 정부 주도로 급하게 추진됐다가 큰 비판을 받았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 5명, 북한 4명 등 9명 전원이 엔트리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전지희(25)와 유은총(24ㆍ이상 포스코에너지) 서효원(30ㆍ한국마사회) 양하은(24ㆍ대한항공) 김지호(18ㆍ삼성생명)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송이(23) 김남해(22) 차효심(23) 최현화(25)가 참가한다. 경기에 출전할 3명은 양 팀 사령탑(공동 감독)이 협의해 뽑는다.

지바 세계선수권 코치였던 이유성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선수나 지도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단일팀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91년 이후 남북은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덕분에 일이 빠르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활짝 웃는 서효원(오른쪽). 할름스타드=AP 연합뉴스
활짝 웃는 서효원(오른쪽). 할름스타드=AP 연합뉴스

남북 선수들은 8강전이 벌어질 예정이었던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경기 대신 단일팀 세리머니를 펼쳤다.

각각 경기장에 입장해 양 팀 감독과 선수단 전체가 한 명씩 악수를 주고받은 뒤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여러분은 지금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외쳤다.

한국대표팀 주장 서효원은 “단일팀의 주인공이 돼 영광스럽다. 다 같이 힘을 합쳐 4강전을 꼭 이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재형 한국 감독은 “단일팀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청일 북한탁구협회 국제부장이 “(단일팀은) 좋은 구상”이라고 하자 북한 김송이는 “남북이 하나돼 긍지스럽다.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김송이와 한국 양하은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우리 잘하자”고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할름스타드 단일팀’을 시발점 삼아 6월의 평양오픈, 7월의 대전 코리아오픈에 남북 선수들이 상호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합동 훈련을 하며 자연스럽게 8월 아시안게임 단일팀을 준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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