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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 리더] “안전한 세상 만들겠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의 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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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 리더] “안전한 세상 만들겠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의 마에스트로

입력
2017.12.09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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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ADAS

1999년 세계 최초로 개발 성공

BMW 등 27개 車업체에 공급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기업”

인텔, 17조원에 모빌아이 인수

이스라엘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인공지능ㆍ컴퓨터 비전 기술로

시각장애인 보조장치도 만들어

“4년 내 완벽한 자율주행” 장담

자그마치 153억 달러(약 16조7,300억원).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이 지난 3월 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를 사들이며 쏟아 부은 액수다. 인텔의 인수합병(M&A)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이자, 역대 이스라엘 기업 M&A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전까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시스코가 2012년 이스라엘 케이블TV 소프트웨어 회사(NDS)를 합병하면서 50억 달러(5조4,600억원)를 지불한 게 최대였다. 모빌아이 인수 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이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 낼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고 자평했다.

굵직한 완성차 업계, 앞 다퉈 이스라엘로

1999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모빌아이는 미래 자동차로 불리는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인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이다. ADAS는 차선을 이탈하거나 보행자 및 전방차량 추돌 위험이 있을 때 경보를 울려주는 지능형 안전장치다. 앞차 추돌 경고는 실제로 차를 들이받기 최대 2.7초 전에, 보행자 추돌 경보는 차량과 보행자가 부딪히기 최대 2초 전에 알려준다. 자신의 차량과 전방 차량의 속도와 차량 간 거리 등을 정확하게 인식한 뒤 분석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모빌아이의 ADAS는 현대ㆍ기아차를 포함해 제너럴모터스(GM), BMW 등 전 세계 27개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리뷰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기업 6위’로 평가한 이유다.

모빌아이는 이스라엘의 산업생태계마저 바꿔놨다. 현재 이스라엘 내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7,000여개 중 450여곳이 자율주행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GM과 피아트 등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 센터를 지었다. 이미 관련 R&D센터를 이스라엘에서 운영하고 있는 벤츠는 연구 인력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도 내년 초 이곳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가 하나도 없는 이스라엘은 모빌아이의 성공에 힘입어 자율주행차 기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상아탑에 불어넣은 창업 DNA

2013년 9월 미국 뉴욕에서 테드(TED) 강연회에서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가 자율주행차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빌아이 제공
2013년 9월 미국 뉴욕에서 테드(TED) 강연회에서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가 자율주행차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빌아이 제공

“돈이 아니라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게 나의 목표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모빌아이의 비약적 성장은 이런 생각으로 기술개발ㆍ상용화에 나선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브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모빌아이 공동 창업자인 그는 현재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ㆍ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인텔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1960년생인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MIT에서 인공지능ㆍ인지과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컴퓨터ㆍ카메라 등으로 주변 상황 변화를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 분야의 권위자로, 88년 이후 100여편의 컴퓨터 비전ㆍ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결과는 상아탑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슈아 교수는 모빌아이를 설립하기 4년 전인 95년 ‘코그니텐스’라는 기업을 창업했다. 부품ㆍ완제품의 정밀도를 측정하는 3차원(3D) 광학 측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코그니텐스는 2006년 스웨덴의 정밀계측기업인 헥사곤에 매각됐다. 모빌아이를 한창 키워가던 2010년엔 ‘오캠’이란 회사도 차렸다. 인공지능ㆍ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시각장애인 전용 시각보조장치를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도 샤슈아 교수가 오캠의 CTO를 맡고 있다. 안경처럼 생긴 오캠의 시각보조장치는 시각장애인이 글귀나 물건에 손을 대면 카메라와 센서가 이를 인식해 글귀를 읽어주고, 물건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4년 뒤 완전 자율주행차 출시”

여러 기업을 창업ㆍ운영해 온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샤슈아 교수는 “2021년에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불과 4년 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다.

미국자동차기술협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 정도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같은 속도를 유지해 주는 정속주행기능 등 운전자의 생각과 의도가 운행에 반영되도록 도와주는 수준이다. 그 다음은 부분 자율주행 단계다. 위험한 상황을 감지해 알려주는 기술로, 현재 많이 보급된 ADAS가 대표적이다.

돌발 상황에선 운전자가 개입하지만 고속도로 등 일정 구역에선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조건부 자율주행은 3단계에 해당한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이 단계까지 와 있다. 최근 출시된 아우디 A8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60㎞ 이하로 달릴 때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아도 되는 자동차 중심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 차량에는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해 차선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하도록 돕는 시각인식 장치 ‘아이큐 3’(EyeQ 3)가 쓰였다. 모빌아이 제품으로, 아이큐 1(2004년 출시)과 아이큐 2(2008년 출시)는 ADAS를 구현하는데 사용됐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아이큐 4는 닛산 차량에 탑재돼 시속 135㎞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3단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가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션 기기에 앉아 있다. 모빌아이 제공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가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션 기기에 앉아 있다. 모빌아이 제공

샤슈아 교수의 계획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2020년 아이큐 5를 선보이고, 이듬해 BMW와 함께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별한 상황에서만 운전대를 잡으면 되는 고도 자율주행(4단계) 수준을 뛰어 넘어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5단계) 차량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그는 “컴퓨터 비전 능력만 있었던 아이큐 1~3과 달리, 아이큐 4,5는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해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라며 “기술적인 문제는 계획대로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샤슈아 교수는 4년 뒤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운송시장과 도심환경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차량을 바라보는 관점도 소유에서 공유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공유 서비스 보편화로 대규모 주차장이 필요 없어지면 도심 내 주차공간이 다양한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그는 2021년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의 기술이 표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대다수 사람들은 그 결승선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샤슈아 교수를 꼽는다. 그는 “지역마다 주변 환경이나 도로 상황, 교통 신호가 다르지만 어떤 곳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운행해도 문제가 없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샤슈아 교수가 4년 안에 어떤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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