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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등재 제주해녀의 삶과 문화

입력
2016.1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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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확정됐다. 자연과 더불어 삶을 이어온 제주의 해녀문화가 지속적으로 전승해야 할 공동체문화로 인정받은 것이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 31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제주해녀문화’에 대해 "지역공동체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의 본질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잠수기술의 전승,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수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고 평가했다.

해녀는 일반적으로 바다 속에 들어가 해삼, 전복, 미역 따위를 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조례에서는 ‘현재 수산업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제주도 안의 마을 어장에 잠수하여 수산물을 포획, 채취하고 있거나 과거에 이와 같은 일에 종사했던 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는 해녀들이 물질작업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생겨난 유ㆍ무형의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말로, 여기에는 나잠(裸潛)기술, 어로민속지식, 신앙, 노래, 작업도구와 옷, 공동체의 관습 등도 포함하고 있다. 고문헌에서는 이건의 제주풍토기(1629)에 잠녀(潛女)라는 용어가 나타나고, 이형상의 탐라순력도(1702)에도 잠녀(潛女)라는 표기와 함께 용두암 옆에서 물질하는 해녀의 모습이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제주 물질 역사는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섭라(涉羅, 탐라)에서 진주와 같은 해산물을 채취’한다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도 탐라에서 진주를 고려 조정에 보냈다는 기록들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진상할 세인복, 원전복 등을 마련하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가서 큰 전복을 땄다는 내용도 있다.

이들 진상품은 주로 포작(鮑作)이라 불리는 어부와 잠녀(潛女)라 불리는 해녀들의 몫이다. 많은 양의 해산물과 전복 등을 바쳐야 하는 이들의 고통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수고로움을 알았던 정조 임금은 절인 전복을 공납에서 면제하라고 지시할 정도였고, 기건 목사 또한 3년 동안 전복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과거 제주해녀들의 활동무대는 제주바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출가(出嫁) 해녀라 하여 육지부와 멀리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연해주까지 나가서 물질을 했다. 지금도 동해안이나 서해안, 남해안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 중 상당수가 제주에서 이주해 정착한 경우가 많다. 이를 ‘배꼍(바깥)물질 나간다’고 표현한다.

해녀굿의 한 장면.
해녀굿의 한 장면.
단체로 물질 나가는 제주 해녀들
단체로 물질 나가는 제주 해녀들

제주해녀들의 강인함은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1920년 해녀어업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일본인들의 해산물 착취가 심해지자 1932년 1월 12일 성산과 구좌, 우도지역 해녀 1,000여명이 집단으로 시위를 전개한 것이다. 같은 달 24일에는 구좌읍 세화리 소재 일본경찰 주재소를 해녀 1,500여명이 습격, 일본경찰을 구타하고 자동차를 파괴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인한 제주해녀도 고령화로 머지않아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는 5,000여명의 해녀들 중 75%가 60∼70대 고령인 반면 40대 미만의 해녀는 불과 200여명에 불과하다.

제주해녀는 돌, 바람, 여자로 대표되는 제주에서 강인한 여성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거친 물살을 가르며 물질을 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렸던 어머니의 강인함이 담겨 있다. 뒤늦게나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반갑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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