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포럼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이는 중국 LeTV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양용치앙이다. LeTV는 중국 IT 기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샤오미’ 이후 가장 주목받는 업체다. 샤오미가 파격적으로 싼 가격 덕에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얻었다면 LeTV는 ‘샤오미의 전략으로 샤오미를 잡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출발해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콘텐츠 투자와 제작에 나서더니 곧이어 TV,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자동차 생산까지 도전하고 있다.
반응은 열광적이다. 2013년 ‘수퍼TV’를 내놓은 이래 ‘중국에서 팔리는 TV 3대 중 1대는 LeTV 제품’이란 얘기가 나온다. 올해 4월 내놓은 스마트폰은 발매 1시간 만에 50만대가 팔렸고, 지금까지의 예약 물량만 1,000만대에 이른다.
양 CTO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LeTV의 전략을 ‘수직 통합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라 불렀다. PC, TV,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는 LeTV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접속하기 위한 통로일 뿐 그것 자체로 이익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양 CTO는 “얼마 전 내놓은 스마트폰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평균 판매가는 1,099위안(약 19만6,600원)으로 스마트폰 사양에 따라 거의 이익이 남지 않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제조ㆍ판매에 나선 이유는 싸게 구입한 스마트폰으로 사용자들이 LeTV의 콘텐츠를 보도록 하기 위함이다.
양 CTO는 수직 통합은 ‘단말기-앱-콘텐츠-클라우드와 빅데이터’ 4단계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TV, PC에 이어 전기차, 더 나아가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수직통합의 관점에서 보자면 단말기일 뿐이다. 동영상업체인 LeTV가 왜 TV,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까지 만들려는 지 묻지 말고, 그렇게 해서 무엇을 할 것이냐를 봐달라는 얘기다.
양 CTO는 “분업으로 조직된 산업화 시대의 대량생산 체제에 소비자의 가치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면서 “이런 수직적 통합이 이뤄져야 소비자에게 최선의 경험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가치도 어느 하드웨어 하나, 어느 소프트웨어 하나 잘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 수직적 통합의 전체 가치 사슬을 어떻게 엮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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