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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편든 위안부 보고서… 일부 필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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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편든 위안부 보고서… 일부 필진 반발

입력
2017.05.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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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의 뒤 정부백서 계획 폐기

216쪽 민간보고서로 오늘 발간

아베사죄ㆍ10억엔 배상금 인정 등

위안부 합의 정부 입장만 강조

이신철 성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합의 부분은 교수 한 명이 집필

전체 필진 생각으로 볼 수 없어"

3일 서울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와 참가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와 참가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의 외교적 타당성을 강조하는 ‘위안부 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초 위안부 문제를 총망라한 정부 차원의 백서를 계획했지만 민간보고서로 갈음한데다, 집필자 일부가 내용에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여성가족부는 3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간의 정부정책 및 조치, 국내외 연구 성과 등을 정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4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와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소속 연구진 10명이 작성했고 216쪽 분량이다. 애초 2014년 여가부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쟁점에 대한 한국 쪽의 논리를 정리하는 백서 발간을 추진했지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백서 발간계획을 폐기하고 민간보고서로 대체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위안소를 설치하고 피해자 강제 동원에 관여했기 때문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한국 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힘을 실었다. 한 일본군인이 “1월8일 ‘밤에 대장(隊長)으로부터 위안소 개설의 이야기를 듣다. 기뻐하는 자 많음”이라고 적은 일기 등 위안소 설치와 운영에 일본군과 관헌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일본 측 사료를 통해 밝혀졌음을 강조했다. 일본육군이 군의 물품판매소 규정인 ‘야전주보규정’을 1937년 9월 29일 개정, 군 내부에 ‘위안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강제동원 부분은 2001년 ‘일본군 위안부 증언통계 자료집’을 인용했다. 연구진은 “당시 생존자 면담을 통해 확인된 동원 주체는 일본인·조선인 업자가 51.5%(그 외 군인·군속ㆍ순사 등)인데, 업자의 동원이라 하더라도 일본군 관헌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공권력에 최종적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데 힘을 쏟았고, 집필진 일부가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보고서는 “위안부 합의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법적 해결’ 대신 ‘정치적 해결’을 택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국 내각 총리 대신으로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였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합의를 반대하는 피해자나 피해자지원단체 측은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입장 발표를 통해 아베 총리의 사죄 부문을 대독했고, 아베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집필진으로 참여한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보고서가 발표되는 사실도 몰랐다가 이제야 내용을 읽어보니 전체 집필진 생각이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 많다”며 “위안부 합의 부분은 한 교수 개인이 집필 한 것이고, 보고서에 그 부분이 독자 집필이라는 점을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가 ‘법적 배상’을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외교 협상이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존재하는 밀고 당기는 게임인 이상 한국정부가 100% 일본 정부를 굴복시키는 형태의 타결은 본래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출연한 10억엔은 “기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ㆍ반성하는 의미에서 내놓은 것이므로 사죄, 반성금이요 ‘사실상’의 배상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10억엔이 “법적 배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 보고서는 “추측건데 합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전반부(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총리 명의 사죄)를 한국 측이 얻어 내기 위해 일본 측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후반부를 불가피하게 수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두둔했다. 화해ㆍ치유재단의 현금(일본 위로금) 지급에 반대하는 일부 피해자의 이야기는 기술하지 않았다.

이신철 교수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더라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가부가 연구진들에게 묻고 최종본은 함께 검토하게 했어야 했다”며 “대선후보들이 모두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여가부가 굳이 지금 시점에서 서둘러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민간보고서이고 연구진마다 다양한 학술적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본래 보고서는 상반기에 배포할 계획이었는데 대선 전에 내는 게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해서 최종본을 4월 말에 받아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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