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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박 꿈꾸다… 사기꾼 몰락한 명문대 총학생회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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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박 꿈꾸다… 사기꾼 몰락한 명문대 총학생회장 출신

입력
2017.12.0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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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유명 컨설팅업체 이사로

어음 위조 들통나 첫 형사처벌

이후에도 사기죄로 징역 3년

수감 중 코스닥업체 회장에 접근

“주가조작 사건 선처” 수십억 뜯어

말재주도 현란… 징역 9년 중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명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전도유망한 사업가에서 악질 범죄자로 추락한 30대 청년의 ‘사기와 과시 인생’이 검찰 안팎에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금품수수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검찰 수사관 2명의 거래 상대인 금융브로커 조모(37)씨를 두고 하는 얘기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조씨는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4년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셔틀버스 운영개선 등 학생편의 제공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자신을 ‘비운동권’이라는 점을 강조한 게 주효했다. 무엇보다 그는 말재주가 현란해 캠퍼스에서 보기 드문 달변가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듬해에도 총학생회장에 뽑힐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경고 누적으로 인한 제적과 재입학을 거쳐 2007년 대학을 졸업한 조씨는 2010년 유명 컨설팅업체 재무이사로 일하면서 투자유치로 상장회사를 인수해 ‘대박’을 내겠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담보용으로 제공하는 어음을 위조한 게 들통나 형사처벌을 받았다. 2심 법원은 그가 과거 성실한 대학생이었고, 아버지가 선처를 호소한 사정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한 1심을 취소하고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그러나 조씨는 죄질이 더 안 좋은 범행을 일삼으며 수사기관을 들락날락했다. 그는 2013년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수의를 입었다.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그는 지난해 5월 특유의 현란한 말솜씨로 개인 비리로 옥살이하던 코스닥업체 홈캐스트 회장 장모(47)씨에게 접근했다. 조씨는 올 초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까지 연루돼 전전긍긍하던 장씨에게 “담당 검사가 대학 동문이고, 내가 담당 수사관과 친하니 선처 받게 도와주겠다”며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조씨는 다급해진 장씨로부터 성공보수로 23억원을 지급받기로 약속 받았다. 게다가 장씨가 31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사실을 알고 “부당이득을 자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표해야 하는데, 내가 아는 변호사에게 넘겨주면 보관해 놓겠다. 검찰과는 이미 협의됐다”고 속여 가로챘다.

이 같은 사기행각이 검찰 수사망에 걸려 또 법정에 선 조씨는 올 8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수사정보를 제시하며 장씨를 현혹하고,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과시하는 한편, 수사협조라는 명목으로 검사 직무에 편승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중형 선고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일확천금만을 꿈꿀 뿐,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의지나 그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조씨는 형기를 마치고 풀려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다시 감방에 들어가기 전 1년 안팎 동안 장씨에게 뜯어낸 돈으로 온갖 과시와 허세를 부린 사실도 드러났다. 독일 명품 ‘라이카’ 카메라와 4,000만원짜리 명품시계를 사고,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포르쉐 등 고급 수입차량을 여러 대 빌려서 탔다. 유흥주점 여성 종업원이 빚진 거액의 선불 채무(속칭 ‘마이킹’)까지 한번에 갚아주기도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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