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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방광수술, 암치료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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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방광수술, 암치료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

입력
2017.10.23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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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방광수술 최고 권위자’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인터뷰

수술시간 단축, 무수혈 수술로 고령 환자도 가능…35세 넘어 혈뇨 생기면 방광암 의심해야

“방광에 퍼진 암 때문에 방광을 떼어내고 옆구리에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합니다.” 방광암 환자가 의료진에게 이런 말을 들게 되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방광암에 걸리면 대부분 방광을 떼내고 요루(尿瘻ㆍ요관 대신 소변을 배출하는 길)를 배 안쪽(복벽)에 만들고 소변 주머니를 달아야 한다(요루형성술). 소변 주머니를 수시로 갈아야 하고, 대중목욕탕 이용도 힘들어진다. 게다가 여름이면 소변 냄새로 외출도 꺼리게 된다. 관리를 잘못하면 피부가 헐어 소변 주머니 부착도 힘들게 된다. 이로 인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있다.

이 때문에 방광을 잘라낸 뒤 그 자리에 환자의 소장(小腸)으로 인공방광을 만들어 제거된 방광을 대체하는 인공방광수술은 환자들에게 그야말로 복음이다. ‘인공방광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 이동현(52)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1996년 인공방광수술을 시작한 이래 최근 500건을 돌파해 이대목동병원 인광방광센터가 국내 최고의 인공방광 수술기관으로 자리잡게 했다.

-방광암 원인은 무엇인가.

“오줌보라고 부르는 방광은 소변의 저장과 배출을 담당하는 속이 빈 주머니 같은 근육기관이다. 아래로는 요도, 위로는 요관과 연결돼 있다. 정상 성인은 400~500㏄정도까지 소변을 저장할 수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 암이 21만7,057건 발생했는데 방광암은 3,949건으로 암 발생의 1.8%를 차지했다. 방광암은 주변 조직에 침입한 침윤 정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방광 점막과 그 하층에만 나타나는 표재성 방광암과 근육층까지 침범한 근침윤성 방광암이다. 표재성 방광암은 전체 방광암의 70%가 넘고 비교적 쉬운 수술(경요도절제술)로 종양을 잘라낼 수 있다. 표재성 방광암은 쉽게 퍼지지 않지만 수술해도 70%나 재발되고 근침유성 방광암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40%나 된다. 근침윤성 방광암은 주위 조직으로 침윤하기 쉬워 전이가 잘된다. 이럴 때에는 경요도절제술로는 부족하며 종양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방광적출술 등을 시행해야 한다.

방광암 원인으로는 흡연, 머리 염색약, 각종 화학약품 노출, 진통제 및 항암제, 감염 및 방광 결석,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가족력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흡연은 가장 큰 단일 위험인자다. 흡연자가 방광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2~7배나 된다. 남성의 경우 방광암의 50~65%, 여성은 20~30%가 흡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연구결과, 금연하면 위험성이 1~4년 내 40%가량, 25년 후에는 60%가량 줄어든다.”

-염색약이 방광암을 유발한다니….

“염색약 성분 가운데 착색에 관여하는 아닐린계 염료는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다. 15년 이상 매월 염색약을 사용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방광암 위험이 2~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0년 이상 매일 염색약을 취급한 여성 미용사는 그렇지 않은 일반 여성보다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덧붙여 고무 등 석유화학제품을 취급하는 직업군에서도 방광암이 많이 걸린다.”

-방광암 증상은 있나.

“대부분의 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방광암은 초기에 통증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암과 달리 조기 발견이 쉬운 이유다. 물론 혈뇨가 나온다고 반드시 방광암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35세 이상에서 혈뇨가 나온다면 방광암을 의심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 혈뇨인데도 방광암이 아니라고 판정돼도 16%정도가 암으로 악화하기에 2년 정도 추적검사를 하는 게 좋다.”

-최근 인공방광수술이 각광 받고 있는데.

“예전에는 방광암에 걸리면 방광을 잘라내고 옆구리에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하는 수술(요루형성술)을 주로 시행했다. 하지만 소변 주머니를 차게 되면 환자는 여러 가지 불편해진다. 때문에 환자의 소장(小腸)으로 인공 방광을 만들어 주는 무수혈 인공방광수술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인공방광을 만들려면 소장을 잘라 쓰는데 이때 개복이 가장 바람직하다. 배꼽 아래쪽에 세로로 13~15㎝를 절개하면 수술하고 인공방광을 만드는 데 큰 지장이 없고 흉터도 크게 남지 않는다. 인공방광수술은 수술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소변을 보는 기능을 살리려다 암을 완벽히 제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주 시도되지 않는다. 또 여성의 경우 방광을 떼어낼 때 자궁, 나팔관, 난소, 요도, 질(膣) 앞 부위까지 모두 제거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 경우 요도를 제거하기 때문에 인공방광수술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무엇이 환자를 위한 길인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인공방광수술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의료진은 8시간 이상 걸리던 평균 수술시간을 4시간까지 줄이면서 무수혈 수술을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요도 괄약근으로 가는 신경을 보존해주는 수술기법으로 요도와 요도 괄약근을 살리면서 70세 이상 고령환자는 물론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도 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인공방광수술 시 병기(病期)에 따라 질을 보존할 수 있고, 남성도 발기 능력을 보존해 수술 후 정상적인 성생활도 가능하다. 물론 수술 후 대중목욕탕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등 종전처럼 일상생활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인공방광이 자신의 진짜 방광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인공방광에는 자연 수축기능이 없어 소변볼 때 배를 짜내 듯 눌러줘야 하는 정도의 번거로움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방광암으로 인공방광수술을 받으면 성생활이나 대중목욕탕 이용 등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술이 발전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방광암으로 인공방광수술을 받으면 성생활이나 대중목욕탕 이용 등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술이 발전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방광암 환자에게 소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들어주는 인공방광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방광암 환자에게 소장을 이용해 방광을 만들어주는 인공방광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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